대전MBC 기자가 제보자의 극단적인 시도를 막아냈다.
안준철<사진> 대전MBC 취재부장은 지난달 20일 오후 8시쯤 뉴스 편집을 하다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병원에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방송사에 흔히 걸려오는 주취자의 전화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안 부장은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인지했다.
안 부장은 ‘번개탄’, ‘슈퍼마켓 구입’이라는 구체적 말을 듣고 난 후 곧바로 옆에 있던 인턴에게 “112로 신고할 것, 자살한다는 내용”이라고 적힌 메모를 전달해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안 부장은 제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했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 위해서는 연락처와 위치를 알아내야 했다. 안 부장은 제보자의 사연을 차근차근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속적인 설득 끝에 제보자의 이름과 연락처, 대략적인 위치는 알았지만 정확한 지점을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안 부장은 기지를 발휘했다. 자신은 ‘영어를 잘 모른다’는 제보자를 차근차근 설득해 걸려있는 수건에 있는 영어로 된 모텔 명을 검색을 통해 확인한 후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번개탄에 불을 붙이기 직전이던 제보자를 발견해 보호자에게 무사히 인계했다.
안 부장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제보자에게는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을 잡아줬으면 하는 이중적 감정이 교차한 순간이었을 것”이라며 “사건 취재를 오래 했었고 상담 전문가들에게 들었던 내용이 도움이 됐다. 이번 계기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제보 전화가 오면 바로 119, 112에 신고하도록 내부 시스템을 점검했고 동료들과 제보 전화를 더 성의있게 받자는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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