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평위, 지역언론 배려 공감하지만… 방법론 엇갈려
[제평위원 15명 입장 물어보니]
"어디까지 지역언론으로 볼 지 고려할 사항 많은 건 사실"
네이버 위치기반 '우리동네'판 대안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지난달 23일 전국언론노조, 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 지방분권전국회의, 한국지역언론학회, 지역방송협의회가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배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후 지역언론사들의 네이버 모바일 진입이 언론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5개 단체는 네이버가 지역언론이 포함되지 않은 채널(언론사편집판) 중심으로 모바일 화면을 개편한 것을 두고 “지역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네이버 모바일 구독 설정에 지역 언론 포함 △스마트폰 위치확인 기능 이용한 지역 뉴스 서비스 △정부·네이버·시민·학계·언론현업인 간 협의체 구성 등을 촉구했다. 이들의 요구에 대해 네이버는 지난 5일 “요청 사항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활동 영역에 포함된다. 제평위에 내용을 전달하고 논의 결과가 나오면 전달하겠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위의 요구안을 들여다보면 위치 기반 뉴스 서비스는 제평위의 권한이 아닌 네이버의 독자적인 사업 영역에 해당된다. 언론노조가 제안한 협의체 구성의 주체 역시 제평위가 아니라 네이버다. 이런 이유에서 제평위 내부에서도 “네이버가 제평위에 떠넘기고 있다”, “제평위를 방패막이로 쓴다” 같은 볼멘소리가 나왔다. A 제평위원은 “마치 제평위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네이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안이 많다”면서 “특히 이번 건은 제평위 권한 밖의 일인데 네이버가 이쪽으로 책임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지역언론을 둘러싼 이 논란은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부산시의회가 ‘네이버의 지역언론 배제 규탄 및 제도개선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경남도의회도 25일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언론노조 등은 다음달부터 1인 시위를 비롯한 2차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제평위원들은 불붙은 ‘지역언론 차별·배제 논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자협회보는 제평위원 30명 가운데 15명에게 접촉해 입장을 물었다. 대다수 위원들은 ‘지역언론에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의구심과 부정적인 여파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B 위원은 “공감대는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풀어야할지는 미지수”라며 “어느 범위까지 지역언론으로 봐야할지, 이들에게 혜택을 준다면 전문지 등 소수 분야를 다루는 매체들의 형평성 논란은 없는지 등 고려할 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안에 대한 지역언론의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는 각각 언론노조, 한국지방신문협의회(한신협)를 주축으로 한 2곳이 대표적이다. 한신협은 언론노조와는 별개로 △네이버 PC 콘텐츠제휴(CP)사인 강원일보·매일신문·부산일보의 모바일 CP 지위 확인 △CP 심사시 지역언론에 가산점 등 혜택 부여 등을 요청했다. 제평위는 이를 안건으로 올려 이달 중순 ‘3개사는 모바일에서도 CP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 네이버에 모바일 CP 계약체결을 권고했다. 지역언론의 CP 입점 문턱을 낮춰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차후에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C 위원은 “그동안 네이버 모바일에 지역언론 뉴스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모바일 CP사에 지역언론사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제평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지역신문 3개사와 모바일 CP 계약을 맺고, 채널 입점까지 결정하는 것은 네이버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지역언론사들이 힘겹게 CP 벽을 넘지 않아도 네이버의 정책 변화만으로 모바일에 지역 뉴스를 배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D 위원은 “네이버 모바일에서 위치 기반으로 운영 중인 ‘우리동네’판을 활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역언론이 인링크 기사가 아니라 블로그 포스트로 참여하는 형식”이라며 “CP처럼 네이버와 언론사가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지만 당장 모바일에서 지역 뉴스를 볼 수 없다는 문제는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 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지역언론이 겪는 불리함과 뉴스 유통 시장에서 네이버의 주요한 역할을 비춰볼 때, 네이버가 이 문제의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제평위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역언론사들의 요구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며 “제평위가 권고한 강원일보·매일신문·부산일보의 모바일 CP 계약건은 조만간 결과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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