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김홍업은 되도 이정연은 안된다?
한나라당이 방송 4사 사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 구체적인 금지사항이 담겨 있어 ‘신 보도지침’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편파보도’의 기준에 있어서도 자의적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고압적인 공문 형식=한나라당의 공문은 △이정연씨의 얼굴을 사용하는 것은 피의자도 아닌 이씨를 범법자 취급하는 것이며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회창 후보 흠집내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들 표현의 자제를 요청했다. 또 △검찰의 공식 발표도 아닌 내용을 확인없이 방송하는 것은 ‘불공정 방송’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문 내용은 ‘자제해달라’는 표현을 쓰고는 있으나 내용에 있어서 ‘특정인의 사진을 쓰지 마라’, ‘∼표현은 하지 마라’는 등 구체적인 금지 사항을 담고 있어 사실상 5공 시절의 ‘보도지침’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치권이 언론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항의공문을 보낸 경우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구체적인 금지사항을 적시해 보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고압적’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편의적 기준=한나라당이 공문에서 지적한 ‘편파’의 기준도 매우 자의적이라는 반응이다. 유리한 편파에는 눈감고, 불리한 편파에만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실제 한나라당은 그동안 언론이 김현철씨나 김홍업·홍걸씨 등 전현직 대통령 아들의 얼굴을 내 보낼 때는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다가 이정연씨의 얼굴을 내보내자 ‘초상권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언론이 홍업씨와 홍걸씨를 ‘김대통령의 차남’, ‘김대통령의 3남’이라고 지칭하고 김현철씨를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이라고 표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한나라당은 “방송이 검찰 발표가 아닌 김대업씨의 주장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김홍걸 비리수사 때 최규선 녹음테이프를 신문이 그대로 전재하고 방송이 톱뉴스로 보도한 사실에 비춰볼 때 자신들에게 불리한 팩트는 보도하면 안되고, 유리한 팩트만 보도하라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방송만 표적=한나라당은 방송보도를 문제삼으면서도 신문 보도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있어 방송을 ‘표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 ‘이회창 후보 아들’이라는 표현은 방송 뿐 아니라 모든 신문이 사용하고있으나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신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경훈 한나라당 문화관광위 수석 전문위원은 “1차 공문을 보냈는데도 시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해 보낸 것으로 항의성 공문이지 보도지침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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