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청와대 출입기자 항의 사표

박지원 비서실장 관련 '기사수정' 때문인 듯

동아일보 청와대 출입기자가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기사 수정에 항의, 2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동아일보 기자는 지난 2일 저녁 다음날자 가판 5면 머리기사로 실린 박지원실장 관련 기사를 보고 “기사가 무리하게 고쳐졌다”며 데스크에 “다시 고치거나 그렇지 않으면 내 이름을 빼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자는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사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도 출입증을 반납한 뒤 자신의 짐을 챙겨 떠났다.

동아일보 기자는 박실장 관련 기사를 며칠 전부터 준비, 이날 기사를 출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기사는 ‘소통령… 중통령… 代통령/총리인준 부결이후-박지원과 청와대’라는 제목으로 3일자 A5면 머리기사로 실렸다.(사진)

이 기사는 △모든 보고는 박지원 실장을 거치는 등 비서실과 내각을 장악하고 있으며 △병풍수사를 맡은 박영관 부장 유임 등 병풍에도 입김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김대통령이 박실장에게 중독돼 있다”며 박실장의 권력 독점을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 중앙지 청와대 출입기자는 “박실장의 영향력을 강조하기 위해 ‘실무자 인사조치’ ‘수사를 지시했다’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로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등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해당기자가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정치부는 기사 처리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해당 기자도 사표 제출 뒤 핸드폰을 끄고 집 전화도 받지 않는 등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심규선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해당기자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박지원 실장 기사와 관련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사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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