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노조가 급락세인 디지털 뉴스 조회수, 진보언론으로서의 위상 하락 등 한겨레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더 늦기 전에 사태를 직시하고 구성원이 함께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 산하의 진보언론실천위원회는 29일 기관지 ‘진보언론’을 통해 한겨레 디지털 뉴스 페이지뷰(PV) 추이, 자사 콘텐츠에 대한 독자 반응, 일반인 대상 인식조사 결과 등을 공개했다.
진보언론은 한겨레가 2014년 10월 ‘혁신3.0’ 1단계를 가동하면서부터 디지털 강화 전략을 펴왔지만, 기자들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저널리즘 퀄리티는 더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들어 PV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4월 한겨레 디지털 뉴스 PV(화보 제외, PC+모바일)는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4% 줄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이슈화되기 전인 2016년 1~4월 대비 13.7% 줄어들었고, 장미 대선을 앞뒀던 2017년 1~4월과 견줘서는 37.8% 감소했다.
방문자 1인당 페이지뷰도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이 수치는 2016년 6월 4로 떨어진 뒤 지난해 10월 이후 3에 머물고 있다. 이를 두고 진보언론은 “(뉴스 이용자가) 한겨레 홈페이지를 찾거나 앱에 접속해 여러 개의 기사를 읽기보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기사 제목을 따라 들어와 읽고 바로 나가는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조사업체에 의뢰해 이달 중순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겨레에 대한 신뢰성, 공정성,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도 눈길을 끈다. 노조는 ‘한겨레에 대해 잘 안다’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27명을 제외한 473명의 응답 자료를 분석했다. 답변은 전혀 아니다(-1점), 그렇지 않은 편이다(-0.5점), 반반이다(0점), 그런 편이다(0.5점), 매우 그렇다(1점)로 점수를 매겼다.
전체 평균값을 보면 한겨레의 논조가 진보적이라는 데 응답자들의 견해가 가장 일치(점수값 0.232)했다. 그러나 신뢰(0.063), 공정성(-0.021), 호감도(0.019)는 ‘그저 그렇다’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진보언론은 “한겨레를 그저 그런 매체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응답자 가운데 보수층은 한겨레를 매우 부정적(신뢰성 -0.206, 공정성 -0.321, 호감도 -0.274)으로 평가한 반면, 진보층은 긍정적(신뢰성 0.206, 호감도 0.165)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정성에 대한 평가는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평가한 수용자 집단(0.126)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진보언론은 “’나는 보수적, 한겨레는 진보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한겨레에 거의 적대감을 느끼는 수준(신뢰성 -0.323, 공정성 -0.417, 호감도 -0.350)이었다. ‘나는 진보적, 한겨레는 중도 또는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한겨레를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며 “한겨레를 매우 좋게 평가한 그룹은 ‘나는 진보적, 한겨레도 진보적’이라고 판단한 사람들(신뢰성 0.355, 호감도 0.357, 공정성 0.240)이었다”고 밝혔다.
진보언론은 이번 조사의 핵심으로 ‘한겨레를 좋게 평가하는 그룹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평가한 이들 가운데 ‘한겨레도 나와 비슷하게 진보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만이 한겨레의 신뢰성, 공정성을 높이 평가하고 호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해당 그룹은 전체 표본의 16%가량에 그쳤고, 이 중 50대 이상이 52%였다.
실제 이들은 한겨레 디지털 독자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진보언론에 따르면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한겨레의 디지털 뉴스 이용자 중 65%가 남성이며, 45~54세가 22.4%로 가장 많다. 이를 포함해 45세 이상이 전체의 절반(48.3%)에 달한다. 위의 조사 결과와 각종 지표를 합해 보면 한겨레 디지털 뉴스의 주요 독자는 ‘50대 이상, 진보성향, 남자’로 좁혀진다. 신문 열독자와의 큰 차이가 없다.
진보언론은 “신문 뉴스와 디지털 뉴스를 거의 똑같이 만들면서 디지털퍼스트를 위해선 신속한 출고에 매달리고, 몇 사람이 보든 SNS에 열심히 기사를 퍼 나르는 일이 기사의 완성도를 떨어뜨려 독자의 신뢰를 해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자 등 뉴스 생산자의 피로도만 가중시킨다면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훨씬 많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언론을 발행한 정남구 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은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가 ‘언론의 정파성 강화’일 것이란 문제의식을 안고 이번 조사를 시행했다”며 “결과를 보면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 아주 진보적인 그룹에서도 한겨레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 않았다.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를 대변해온 한겨레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정 지부장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지표를 분석해보니 신문 자체의 영향력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디지털 변화에 따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한겨레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차원에서 이번 조사와 특보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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