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자격 '지지율 10%' 정당한가

방송 현실적 이유로 고집…"보다 합리적 기준" 필요

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120일전인 지난 21일부터 TV토론이 가능해짐에 따라 대선후보 TV토론을 둘러싼 각 방송사의 경쟁이 앞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 방송사들은 현재 민주당의 내분과 신당 창당 움직임으로 후보가 유동적인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TV토론 일정을 잡지는 못하고 있으나 토론방식이나 패널구성 등 사전 준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대선TV토론에서 토론 참여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여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만을 초청,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군소정당 후보들의 항의시위를 받는 등 상당한 홍역을 치렀던 방송사들이 군소후보들을 무조건 배제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8%의 정당지지율을 얻어 정치적 의미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TV토론에서 배제할 경우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대선 TV토론의 경우 10% 지지율을 TV토론의 참여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KBS와 MBC 등 각 방송사의 내부규정에 지지율 10%로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지난 97년 대선TV토론위원회가 정한 기준도 △원내 교섭단체를 가진 정당의 후보 또는 △상당한 국민의 지지(여론조사 국민지지도 10% 이상)를 받은 후보로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MBC의 한 토론 담당자는 “TV토론의 경우 3명 이상이 참여하면 사실상 토론이 불가능하다”며 “군소후보가 난립할 경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법에 따라 오는 10월 20일(선거일 60일전)까지 구성될 이번 대선TV토론위원회가 이같은 97년 기준을 그대로 준용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10%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본격적인 미디어선거로 가는 길목에서 ‘TV토론 참가범위’는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미국 법원은 의미 있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랠프 네이더가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TV토론 참가를 거부한 토론위원회를 고소하자 법원이 미국 대선 방송토론위원회에 대해 사과문 발표와 보상금 지급을 결정한 것이다. 2000년 대선 당시 랠프 네이더가 받은 지지율은 3%였다.

지지율이 낮으면 TV토론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 방송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지지율 상승 또한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토론 참가 기준을 무조건 지지율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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