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보도 욕심보다 검증에 무게 둬야

'문건보도' 논란 왜 되풀이되나

‘최초 발굴’ ‘첫 보도’라고 공개한 문건들이 이미 다른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 밝혀지는 사례가 많아 ‘문건’ 보도에 있어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건 보도를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돼왔다. 지난해 5월 월간 말지가 ‘특종-신한국당 97년 대선문건에 나타난 충격적인 통일·언론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구여 언론문건’은 일부 방송이 인용 보도하면서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이 문건이 97년 10월 주간 내일신문이 보도한 내용으로 밝혀지면서 월간 말지는 ‘재탕’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5월에는 시사저널이 자사가 4년 전인 98년 3월 보도한 구 안기부 문건을 “1998년 초 작성된 국정원 내부 문건 세 가지를 최근 입수했다”고 보도해 전현직 기자 사이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기사를 작성했던 김당 기자는 “내가 입수해 98년 3월 보도했던 내용으로 괴문서여서 전문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으나, 문건의 전문을 공개한 시사저널 측은 “당시 그 의미가 폄하됐던 문건을 ‘복권’시킨 것으로 재탕은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에 문화일보가 보도한 ‘군 검찰 내사 자료’ 역시 지난해 5월 시사저널에 보도됐던 내용이다. 당시 시사저널은 ‘1차 합동조사반 작성 극비 수사자료 단독 공개’라며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면제 판정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이 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이름도 올라있었지만 당시에는 언론이나 정치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면 최근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문화일보가 지난 20일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아들 정연씨와 수연씨를 포함,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79명의 아들 88명에 대한 군검찰의 내사자료가 확인됐다”며 이 문건 내용을 보도하자 상당수의 언론이 인용 보도하는 한편 정치권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는 “시사저널에 명단까지 보도됐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첫 보도’라고 나가게 된 것은 실수”라며 “당시 시사저널에선 박노항씨에 초점을 맞춰 썼던 것이고, 이번엔 이정연 씨에 대한 내사자료로 접근했던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 문화일보 기사가 나간 이후 내사자료가 없다고 주장하던 군 검찰이 정연 씨의 이름이 빠져있기는 하지만55명의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내사자료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문건보도 논란이 되풀이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문건을 입수하면 ‘특종’이라고 판단, 담당 기자와 데스크 등 극히 일부만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언론매체에 대한 검색을 하더라도 시사잡지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언론에 대한 검색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검색을 한다고 하지만 작은 매체에 실렸거나 당시 별 파장이 없었던 기사는 검색이 잘 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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