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의 길안내 알고리즘은 처음 가보는 길임에도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알려준다. 어쩔 때 보면 나는 내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라 운전하는 로봇처럼 느껴질 정도로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고 있지만 가끔씩 화가 날 때도 있다. 토박이로 살아온 동네라 잘 알고 있는 길인데, 멀쩡한 길을 놔두고 다른 길을 안내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아가는 길로 안내할 때다. 또, 경치를 즐기고 싶어 국도를 가고 싶은데 끝까지 고속도로만 안내할 때도 답답하다. 사람보다 훨씬 우월하게 길을 잘 안내하지만, 한번 잘못된 길 안내를 겪은 사람들은 내비게이션에 대한 신뢰를 쉽게 잃는다. 이럴 경우 바로 대체재를 찾거나 이용을 포기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알고리즘 적대감(algorithm aversion)’이라고 표현한다. 알고리즘의 우월성을 강하게 믿었기에 작은 실수에도 쉽게 반감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알고리즘 적대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계기는 “4월4일, 네이버 뉴스에서 수동 편집을 종료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보고 나서다.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채널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네이버 뉴스는 ‘에어스’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으로 이루어진 개인화된 영역으로 구성된다는 공지였다. 이로써 약 18년 동안 이어진 네이버 내부의 수동 뉴스 편집은 공식적으로는 종료됐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페이스북의 CEO 저커버그는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받아 페이스북 편집자가 뉴스를 선택해 이용자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새로운 뉴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직접 고용한 세계적 수준의 편집자들이 수동으로 선택한 주요 기사들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구글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아닌 기계 솔루션이 다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수동 편집 종료를 결정하기까지 있었을 네이버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그 결정에 따른 결과는 매우 궁금하다. 대체재가 충분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알고리즘 적대감을 느낄 것인지, 아니면 맞춤형에 익숙해질지 등. 화면 개편까지 같이 시행됐기에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정답이 없는 뉴스 편집에 있어서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우월할 수 있을까라는 개인적인 의문은 있다. 만약 우월하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자주 실수를 느낄 것 같다. 뉴스 편집은 저널리즘의 한 영역인데, 저널리즘의 접미사 ‘-ism’은 ‘주의(主義)’를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은 항상 이용자의 몫이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