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30초, 전형적인 방송 리포트로는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다. ‘새로운 뉴스 형식을 만들어보자.’ KBS순천 기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수개월 간의 고민 끝에 색다른 뉴스 영상 제작에 나섰다. 기자 멘트 없이 영상과 음악, 자막으로만 구성된 ‘100초다큐’다.
100초다큐는 이달 초 KBS 뉴스9 순천지역 방송과 유튜브에서 첫선을 보였다.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43년간이나 한센인들을 돌본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의 삶, 1948년 10월 여순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이숙자씨가 일흔이 넘어 사진 속에서 아빠 엄마의 얼굴을 마주한 이야기 등을 3분 내외의 영상으로 풀어냈다.
류성호 KBS순천 방송부장은 “뉴스 소비 행태가 많이 달라졌는데, 1분30초로 정형화된 방송뉴스에선 다양한 소재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지 못한다”며 “뉴스 형식을 달리 해보니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까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KBS순천 기자들이 100초다큐를 시작한 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KBS 지역국에서도 규모가 작은(을지국) 순천에선 방송부장을 제외한 취재기자 4명과 촬영기자 3명이 매일 12분가량의 지역뉴스를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 리포트보다 분량이 2배 이상 긴 100초다큐를 배치해 일손을 덜어보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막상 뛰어들어 보니 아이템 발굴부터 콘셉트 기획, 촬영, 편집까지 품이 많이 들었다. 적은 인력으로 고품질 100초다큐를 지속할 수 있을지, 기자들은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류 부장은 “음악감독 등 숨은 조력자 덕분에 100초다큐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2달 뒤 촬영기자 선배 한 분이 퇴직하면 인력이 더 줄어든다. 취재기자 1명이 혼자 6mm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편집까지 도전해보겠다고 하는데,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