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클럽, 민주당 대변인 논평에 우려 성명

"기자 개인 신변안전 위협"…조선일보 1면·사설로 인용 보도

“기자 개인에 대해 ‘국가 원수를 모욕한 매국’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해외 언론사 기자 50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이 지난 16일 이사회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 일부다.

 

SFCC 이사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 통신 기자 개인에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이로 인해 기자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홈페이지

▲블룸버그 홈페이지

SFCC 이사회가 지적한 민주당 논평은 이해식 대변인이 지난 13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제의 발언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나 원내대표가 인용했다고 밝힌 작년 9월 미국 블룸버그 통신 기사를 쓴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이 기자는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블룸버그 통신리포터로 채용된 지 얼마되지 않아 그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자의 논평은 그렇다치자. 그러나 정치인의 발언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더욱이 문제의 발언이 민주주의의 본령 중에서도 본령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9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기사 첫 문장이다.

 

“김정은이 이번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위한 칭송의 노래를 불러주는 사실상 대변인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While Kim Jong Un isn't attending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in New York this week, he had what amounted to a de facto spokesman singing his praises: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이 보도를 인용해 당시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발언하고, 해당 표현의 출처로 블룸버그 통신 기사가 다시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SFCC 이사회가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을 문제 삼아 낸 성명은 18일자 주요 언론에 보도됐다.

 

조선일보는 1면에 <대통령을 비판하면 매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설 <외신기자 보도 6개월 지나 갑자기 “매국”이라 겁박하는 與>를 실었다. 조선은 사설에서 “자신들 입맛에 안 맞는 기사를 쓰거나 대통령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한 기자에게 사이버 테러를 하더니 이제 외신까지 겁박해서 재갈을 채우려 한다”며 “민주화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사는 정권의 언론관이 딱 이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SFCC의 성명을 <민주당 ‘김정은 대변인’ 보도 기자 비난…외신기자 클럽 “기자 신변위협” 반발> 기사로 보도했다. SFCC 회장을 맡고 있는 세바스티안 베르거 AFP통신 서울지국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성명서 그대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며 그 이상의 설명은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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