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지상파의 변신… 유튜브 타고 한계를 넘다

전국뉴스 배치 안돼도 '자가발전'
유튜브 통해 전국적 이슈 이끌어
과거 뉴스 등 DB 활용 가능성도


지역 지상파 방송 뉴스가 유튜브를 타고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지역발 리포트가 전국뉴스에 배치되지 않아도 지역방송 스스로 전국적 이슈를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올해 들어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추태’(안동MBC), ‘손혜원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목포MBC), ‘황교안 전 총리 공직자 윤리 위반 의혹’(대구MBC) 보도 등이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목포MBC(NEWS) 유튜브 채널은 ‘손혜원 보도’ 이후 구독자 수가 10배 이상 뛰었다. 2000여명이던 구독자가 한 달여 만에 2만2000여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15%는 해외 시청자다. 김순규 목포MBC 뉴미디어부장은 “페이스북 위주로 뉴스 콘텐츠를 유통해오다가 지난해 말부터 유튜브에서 지역 뉴스데스크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며 “손 의원 부동산 관련 보도로 뉴스 채널이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엔 다른 지역사들도 유튜브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역 방송사들은 2013~2014년부터 유튜브에 자사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뉴스나 프로그램 영상을 보관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유튜브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유튜브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지역 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전국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체감하기도 했다.



대구MBC 디지털미디어팀장을 맡은 도성진 기자는 “단순히 영상을 잘라 유튜브에 올리는 건 아무 의미 없다. SNS 문법에 맞게 자막을 다는 등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목포MBC 사례처럼 지역 방송사의 유튜브 스트리밍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는 지역방송엔 위기가 아니라 지역이란 한계를 벗어날 기회”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지역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규모를 키우고 있다. 대구MBC는 지난해 10월 보도국 안에 디지털미디어팀을 구성했고 MBC경남도 지난해 12월부터 디지털콘텐츠팀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광주MBC는 기존 스마트미디어팀을 지난달 스마트미디어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디지털 콘텐츠 기획·제작부터 뉴미디어 채널 운영, 온오프라인 유통까지 전담하는 부서다. 박병규 광주MBC 스마트미디어사업단장은 “주먹구구식으로 흩어져있던 뉴미디어 관련 업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보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MBC 지역사 디지털부서 담당자들은 한 달 전 ‘지역MBC 디지털콘텐츠협의회’를 조직해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 뉴미디어 분야에서도 전국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KBS의 경우 총파업을 마치고 복귀한 지난해 2월 이후 지역국별로 뉴미디어팀을 꾸렸다. 특히 KBS광주는 여러 지역국을 대표해 뉴미디어 콘텐츠 실험을 벌이고 있다. 본사가 주관한 지역국 활성화 공모사업에 지원해 선정된 결과다. 이들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플레이버튼’이라는 서브 채널을 만들거나 TV 뉴스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뉴미디어추진단을 운영하는 KBS광주는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전국 9개 총국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맡는다. 디지털 조직에 인력은 몇 명이 필요한지, 예산은 얼마나 드는지, 어떤 콘텐츠가 먹히는지 등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김기중 KBS광주 뉴미디어추진단장은 “일찍부터 뉴미디어 대응에 나선 지역MBC들에 비해 우리는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불이 다 꺼지고 조사까지 끝난 화재사고 현장을 취재하는 기분”이라면서도 “뒤늦게나마 여러 시도를 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지역 방송사에 유튜브 대응은 현재로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당장 TV를 떠난 시청자들을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어서다. 진유민 KBS전주 뉴미디어팀장은 “10~30대는 TV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뉴스를 소비하려는 욕구는 분명히 있다”며 “젊은층이 있는 뉴미디어 환경으로 찾아가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전우석 MBC경남 디지털콘텐츠팀장은 유튜브가 지역 방송사에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 팀장은 “예전엔 한 번 보도된 뉴스는 자료실에 박혔는데 유튜브에선 5년 전 영상도 회자되면서 인기를 끌 수 있더라”며 “지역 방송사에 유튜브는 괜찮은 장치인 것 같다. 지금으로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존재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병규 광주MBC 단장은 “뉴스 유통이 중앙언론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환경에서 그나마 작은 기회를 찾게 된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 유튜브마저 없다면 지역 언론사엔 시청자를 만날 창구조차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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