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와 미디어

[언론 다시보기]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공룡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냐고 물으면 대부분 안다고 대답할 것이다. 안다고 답한 사람한테 공룡을 실제로 봤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봤다고 답하지 못할 것이다. 수천만 년 전 멸종한 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는데 공룡하면 대략 어떻게 생겼는지 대부분은 안다. 그림, 영상, 모형 등 다양한 미디어 형식을 통해 재현된 공룡을 봐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럴듯하게 재현된 공룡만을 보고 있을 뿐 실제 공룡은 보지 못했다.


실제로 본 사람은 없는데 이 재현된 공룡이 공룡 같은지는 누가 판단할까? 발굴된 화석, 비슷한 종의 생김새 등으로 전문 연구자들이 가장 그럴듯한 공룡의 모습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그것을 믿는다. 연구자들이 다양한 증거, 추론을 통해 우리에게 믿을만한 이유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더욱 공룡을 믿을만하게 만들고 있다. 단순한 그림이었던 공룡이 ‘쥬라기 공원’과 같은 영화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믿는 공룡을 알 뿐, 무엇이 공룡인지는 모른다.


공룡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실이라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다. 매일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우리는 직접 보지 못하지만 미디어의 재현을 통해 전달받고 사실로 믿는다. 그러나 완벽한 재현은 불가능하다. 사건을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다. 이러한 불완전함은 재현을 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보완됐다. 하지만 사람도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 중 누구를 믿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을 재현하더라도 서로 다른 믿음을 갖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는 기술적으로 진화해 왔다. 문자에서 이미지로, 음성에서 영상으로 등 기술의 발전은 미디어가 현실을 더욱 투명하게 재현하는 형식을 만들어냈다. 현재 가장 큰 믿음을 얻고 있는 미디어 형식은 영상이다.


그런데 그나마 믿을 수 있던 미디어 형식으로서 영상마저 항상적인 조작의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른바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의 등장 때문이다. 딥페이크 기술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영상을 조작한다. 딥페이크로 인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조차 우리는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될 수도 있다.


현재 페이크 뉴스 등 허위정보로 인한 소동이 상징하는 ‘탈진실(post truth)’을 넘어 ‘진실의 종말(end of truth)’로 이어질 수 있다. 미디어의 모든 재현 형식이 의심받게 되면 우리가 사실로 믿을 수 있는 대상은 사실상 없다. 공룡은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게 된다.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지만, 곧 만날 미래일 수도 있다. 이렇듯 모든 미디어 형식이 의심받는다면, 재현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다시 답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도 믿을 수 없을 때, 사람에 대한 믿음이 기본이다. 이 사람만은 믿을 수 있다는 그 믿음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딥페이크의 등장은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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