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존의 진실 '수사하면 쉽게 드러날 듯

로라 최 '검찰이 명단 파악... 소환 응할 것'

공은 검찰에 넘어갔다.

푸는 것이 어렵지도 않다. 문제는 의지다.



장재국 회장의 해외도박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진실을 알고 있는 로라최가 한국시간으로 30일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고객명부를 한국검찰이 가지고 있으며 ▷검찰이 소환한다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서울 지검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문순)이 고발한 장재국 회장 도박 의혹 건을 외사부 김필규 부부장 검사에게 배당하였다. 따라서 검찰의 의지만 있으면 이번 사건은 쉽게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로라최 기자회견

로라최는 3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명단의 인물에 대해 물으려면 한국 검찰에 묻는 것이 합당하다. 명단을 가지고 더 수사하고 안하고는 검찰의 일"이라고 밝혀 결과적으로 검찰에 의혹 규명의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일보 미주지사의 회견 녹취록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내 소송 건의 해명을 위해 마련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라최는 '장존이 누구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로라최는 검찰이 자신의 고객 명단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자신은 검찰이 소환하면 언제든지 귀국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해, 검찰이 사실상 진실을 알고 있으며, 자신은 검찰의 진실 규명에는 협조할 것임을 시사했다.



▷소송전으로 전면 비화

26일부터 31일까지 연일 장 회장 관련 기사를 보도한 한겨레는 27일자 1면 기사에서 검찰 관계자의 말을 통해 "로라최가 97년 조사 당시 조서에 기재하지 않는 조건으로 '장존은 장재국 회장'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말지와 한겨레 보도 직후 각 언론사에 "장존은 중국계 사업가로 장재국 회장과 관계가 없으며 로라최의 부인확인서 등 여러 입증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양상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먼저 한국일보는 지난 22일 말지의 백병규 편집국장과 오연호 취재부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으며 언론노련은 27일 장 회장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한편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또 말지는 28일 장 회장을 무고혐의로 맞고소했고 한국일보는 29일 한겨레 이상현 민권사회1부장과 김인현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연일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보도논란

30일열린 로라최 기자회견은 연합뉴스 보도로 한차례 파문을 몰고 왔다. 연합뉴스는 이날 오후 4시 14분발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담당 변호사가 장존이 중국인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그 동안 '장존이 중국인'이라는 한국일보의 주장이 무너진 것이었다.



이 기사를 한겨레를 비롯해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이 초판부터 실었으나 한국일보는 곧바로 현장에 있었던 미주한국일보 기자의 녹취록을 입수해 언론사에 배포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장존이 중국인이라는 말이 있다. 물어봐도 되겠느냐"는 LA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NO"라고 답변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연합뉴스는 밤 10시 33분 장존은 중국인이 아니라는 답변을 삭제하고 대체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자가 회견장에 뒤늦게 도착해 기자들에게 취재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신문들은 대체 기사로 바꾸거나 아예 지면에서 뺐지만 한겨레는 '장존 중국인 아니다' 제하 기사를 그대로 보도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질의에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할 내용도 없어 수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료를 보내줬고 연합에서 대체기사까지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그대로 게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내부 분위기

한국일보 기자들은 연일 거듭된 한겨레 보도에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장 회장 보도가 '한국일보 죽이기'를 겨냥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 간부는 "확실한 물증도 없이 몇몇 증언만을 가지고 무리하게 기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니 법정에서 모든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기자도 "두번이나 제목에 한국일보를 언급한 것은 회사 전체의 명예를 싸잡아 실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기자는 "장존이 장 회장일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한국일보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 기자들의 어떤 움직임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기자는 "말지나 한겨레에서 제시한 증언은 물론 로라최의 부인확인서까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사안을 냉철하게 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위원장신학림)는 지난 29일'검은 경영의 고리를 끊겠다' 제하 노보를 통해 "경영투명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회사가 제대로 설 수 없다"며 "주주들과 회사의 총체적인 위기는 불투명한 경영이 낳은 필연적인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계 반응

언론계는 대체로 "심증은 가지만 확증이 없어 단정하진 못한다"는 분위기다. 한 일간지 기자는 "이런 사건의 전례로 보아 나름대로 판단은 선다"면서도 "지금으로선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의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또다른 일간지의 한 고위간부는 "아직 유보적이지만 검찰이 이전과는 좀 다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반면 한 검찰출입 기자는 "별다른 의욕이 감지되진 않는다. 전면 재수사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언론계의 진실 싸움이기도 하지만, 검찰이 새로운 수사 영역을 개척하여 정치 검찰의 오명을 씻느냐의 갈림길이기도 한 셈이다. 김상철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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