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대승적으로 생각하라

노조 시민단체 뜻 받아들여 방송법 신속 처리해야

지난주 KBS와 MBC 등 방송노조들이 개혁적 방송법의 제205회 임시국회 회기내 통과를 내세우며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세풍 수사와 특별검사제 도입문제 등으로 국회가 공전되는 바람에 회기 내 방송법 개정은 무산되었다. 지난 90년 노태우 정권에 의해 방송법이 '날치기 개악'된 이후 10년이 다 되가도록 방송법 개정 논의는 '파행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방송법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정작 답답해진 것은 국민들이다. 이번에 쟁점이 된 방송법의 주요내용 가운데 하나가 위성방송과 관련된 법 조항의 정비이다. 정부는 위성방송을 위해 무궁화 위성 1, 2호기를 쏘아올렸다. 그러나 위성방송을 위한 관련법 정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이들 위성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무궁화 1호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내년 초에 수명이 다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를 대신할 무궁화 3호가 다음달 발사될 예정이다. 무궁화 위성으로 인해 하루에 발생하는 적자만도 1억원이나 된다. 이 얼마나 국익의 낭비인가? 무턱대고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정보통신부도 문제지만 위성방송 관련법 정비를 지연시킨 정치권의 책임도 이에 못지 않게 크다.



방송법 개정의 지연은 예산의 낭비로 끝나지 않는다. 선진국에 비해 가뜩이나 뒤져있는 우리나라 위성방송의 경쟁력을 계속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위성방송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일밤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자유메달상을 받는 장면이 KBS와 MBC를 통해 생중계된 것이다. 정규 프로그램을 밀어내고 갑작스럽게 짜여진 편성이었다. 군사정권 시절 '땡전뉴스'와 다를 바 없는 충성심 경쟁이었다. 현행 방송법이 존속하는 한 방송독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방송법 개정작업이 원점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보다 못한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60개 시민단체들은 지난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적 방송법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이 내건 요구사항은 모두 다섯가지다. 방송위원회의 독립과 공영방송 사장, 방송위원회 위원에 대한 사전 검증절차, 노사공동의 편성위원회 구성, 재벌, 신문, 외국자본의 위성방송 진입금지, 민영방송 소유지분의 제한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 조항은 어느 정도 손을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본다면방송독립과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고 생각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전 권력에 종속된 언론의 가장 큰 피해자로 지적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방송노조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언론을 계속 통제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김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정치권은 방송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방송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뜯어고치려 하지 말고 방송독립과 발전을 위해 마음을 비우기를 바란다. 이번 임시국회 때는 비록 방송법 처리가 물 건너 갔지만 더 이상 '방송법 개정 지연'이라는 재방송을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국회가 제작하는 최선의 '방송법 작품'을 기대해본다. 편집국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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