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서해교전의 주요 쟁점을 놓고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뚜렷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교전 당일까지 어민들이 통제선을 넘어 조업한 사실이 서해교전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을 놓고 논란을 벌인 것은 물론, 이번 교전을 계기로 한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과 확전 문제와 관련한 보도태도에서도 언론사들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어민월선 원인규명은 언론 본연 기능
북 선제공격 희석… 무책임
지난 1일 MBC가 연평도 어민불법 월선 문제를 보도하면서 불거진 논란은 급기야 서해교전의 원인규명 문제로 확대됐다. MBC는 2일과 3일 연이어 어민들의 월선 조업문제를 제기했으며 한겨레 역시 3일자 ‘“어선 월선해 북함정 출동”’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군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어민 월선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처럼 MBC와 한겨레가 어민 월선 문제를 제기하자 동아, 조선, 중앙 등은 관련 기사와 사설을 통해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은 4일자 ‘“우리 어선들 탓…”이라니’란 제목의 사설에서 “언론의 경우 이번 같은 중대사태의 발생 원인과 과정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짚어보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만, 그것이 자칫 사건의 비본질적 측면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 좀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MBC는 지난 4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MBC 뉴스는 북한군의 선제공격이 명백히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또 그들의 무력도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며 “정치권 일각과 일부 언론에서는 MBC가 모든 책임을 어민들에게 돌려서 북한의 도발을 물타기하고 있다고 계속 몰아세우기를 해 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겨레 역시 5일자 사설에서 자신의 보도태도에 대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우리는 근원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상파악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교전까지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한 진실을 파악하려는 언론 본연의 노력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햇볕정책 도발응징과 햇볕정책 별개 사안
북 지속적 관용 안보위기 초래
서해교전의 불똥은 햇볕정책으로 튀었다. 동아와 조선은 햇볕정책에 맹공을 퍼부었다.
동아일보는 지난 1일자 사설에서 “그 동안 햇볕정책을 내걸고 북측의 잘못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용해왔지만 그 결과가어떠했는지는 이번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었다”며 “금강산 관광 등 민간부문의 교류사업을 국민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일시 중단하라는 정치권과 일부 정부관리들의 주장은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같은날 사설을 통해 “현 정부의 ‘튼튼한 안보’는 햇볕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국민기만용이었다고 해도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며 “국민들이 북한의 도발 못지 않게 걱정하는 것은 현 정부의 안이한 대북 인식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3일자 사설에서 “언론은 처음부터 북쪽의 ‘계획적이고 치밀한 도발’이라고 단정지어 보도했다. 이어 우리 피해가 큰 것을 뜬금 없이 ‘햇볕정책 탓’이라고 연일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도 햇볕정책의 지속에 힘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2일자 사설에서 “정치권에서는 햇볕정책의 존폐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양이나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면서 “극단적 흑백논리보다는 포용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적 문제점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일보 역시 1일자 사설에서 “북한을 포용하는 햇볕정책과 무력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은 분명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확전논란 확전 가능성 컸다
별 움직임 없었다
교전 당시 우리측 함정들의 대응사격을 받고 퇴각하는 북측 경비정을 격침시키는 확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언론사간 논란이 벌어졌다.
교전 발생 뒤 우리측 초계함이 북방한계선(NLL)에 접근하자 북한측이 스틱스 미사일의 레이더를 가동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하자 경향, 한겨레 등은 5일자 1면에 ‘“확전 막으려 격침 피했다”’(경향), ‘서해교전 때 확전 위험 컸다’(한겨레) 등의 제목으로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교전 당시 실제 퇴각하는 북측 경비정에 대한 공격을 지속했을 경우 교전이 확대됐을 것이란 우려였다.
반면 조선, 중앙 등은 확전 가능성은 희박했다는 보도태도를 취했다.
조선일보는 5일자 1면 머리기사 끝부분에서 “교전으로 해군 초계함이 북 경비정을 공격하려고 북상하자 사곳항의 스틱스 미사일정 레이더와 등산곶의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기지 레이더를 잠시 가동시킨 것을 제외하곤 별 움직임을 보이지않았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같은날자 1면 ‘해군 초기대응 잘못 확인’ 제하의 기사 끝 부분에서 “북한 사곳에 정박해 있던 유도탄정에 장착된 스틱스 미사일의 레이더는 오전 10시 25분 시작된 교전이 끝나기 2분 전인 10시 48분에야 가동되기 시작해 북한측이 확전 의지를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확전 문제와 관련한 논조도 나뉘었다. 동아, 조선 등은 반격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5일자 사설에서 “군 일각에선 우리 초계함이 강경 대응했다면 확전 가능성이 높았다고 강조하나 이는 또 다른 얘기”라며 “전투 현장으로 달려가는 군인이, 더욱이 아군이 포격을 당했는데도 그 같은 ‘정치적 고려’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고 다그쳤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5일자 사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또 다른 민족적 비극을 원하지 않는다면 냉철한 이성과 합리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합리성과 이성을 잃은 채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일부 언론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은 같은날 사설에서 “‘서해도발 같은 북한의 공격에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거냐’는 식의 흑백논리적 단순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필요성에서도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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