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무려 54.05포인트 폭락한 것과 관련, 최근 증시침체와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가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번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미국 증시의 폭락과 통신회사인 월드컴의 분식회계 파문 등 불안한 미국 경제를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으나 불과 3개월여 전만해도 언론은 미국의 경기나 증시 상황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언론은 이번 주가 폭락 사태를 지난달 27일자 신문 1면 머릿기사 등으로 비중 있게 취급하면서 국내 증시 등에 미칠 파장 등을 전망하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발 금융불안에 국내 금융시장 흔들’(경향 27일자), ‘미국발 악재에 일단 팔자’(중앙), ‘미국발 악재…경제 빨간 불’(한국) 등의 제목에서 보듯, 주가 폭락의 주된 원인을 미국의 경제 상황에서 찾았다. 또 이들 분석 및 전망 기사에서는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진단을 내놓으면서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미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우려를 낳고 있다.”(경향 27일자 3면) “1분기에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던 미국 경제는 최근 다시 뒤뚱거리며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중앙 같은날자 3면)
이런 분석은 미국 경제 상황과 주가 폭락 사태를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과 3개월여 전인 지난 3월초만 해도 언론은 미국 경기에 대해선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제조업 지수 껑충…미(美) 경제 봄볕’(국민 3월 2일자), ‘주식시장 상승세/ 미(美)경기 봄바람 아시아 확산’(조선 3월 6일자), ‘코스닥시장 “날자꾸나”’(중앙 3월 6일자), ‘미(美)경제회복 속도 붙는다…제조업지수 19개월만에 50돌파 54.7’(한국 3월 4일자).
당시 언론은 “미국의 제조업지수와 소비지출, 개인소득 등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인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듯 보도했다.
물론, 미국 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 증시는 감기에 걸린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미국 경제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또한 미국 금융시장이 예상치 않은 돌발 변수로 인해 등락을 거듭한 상황에서국내 증시는 물론, 이를 다루는 언론이 일희일비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이번 주가 폭락은 그 낙폭이 큰 데다가 환율 및 금리가 동반하락하는 ‘이상 조짐’까지 겹쳤다.
그러나 지난 3월 국내 언론이 미국의 경기 호전을 점칠 당시에도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과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접근 역시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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