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여기자 위상강화'.. 세미나'
터 놓고 속내 확인한 좋은 기회, 여기자로 살아남기 위해선 문제 회피 하지말고 함계 대처해야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지난 9일·10일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에서 열린 '한국언론계의 여기자 위상강화와 취재환 경 개선방안' 세미나.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 여기자들은 서로에게 약속이나 한 듯 이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비바람 부는 제주로 날아 오면서 이상기류에 이리 흔들 저리 흔들리는 비행이 고생스러웠 다는 뜻일까?
단 이틀뿐인 일정인데도 미리 기사 챙겨 놓고, 취재원과 약속 조정하고, 당직 바꿔 놓고 부산 떨며 오느라 수고했다는 뜻일까?
아니, 좀 더 확대 해석이 필요하다.
IMF 이후 그나마 극소수이던 여기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나간 '생존전쟁'에 서 간신히 아니 필사적으로 살아 남아 결국은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는 감개무량(感慨無量)함(?)에 던지는 뼈 있는 말일까? 분명 그랬다.
참석자 대부분이 여성 지위향상에 발맞춰 '언론계의 여기자 위상강화와 취재환경 개선'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힘을 한 데 모아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이 다급함에 지난 해 12월 여성특위도 출범했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모일 힘이, 서로 보태 줄 힘이 없다는 것. 여성 언론인 지위보장과 환경 개선을 위해 최소한 요구되는 여기자 임계수치는 적어도 편 집국 내 20% 이상이라고 말들 한다.
9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여성기자들의 숫자는 큰 폭으로 늘었고, 하는 일도 분명히 달라졌 다지만 IMF 이전에도 여기자는 극소수였고, 정리해고 태풍이 불고 난 뒤에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이 중앙보다 더 심각하다.
그나마 '여기자'라는 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편집국 내에서 다른 성(性) 보다 배 이상 일을 해야 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가정이 있는 주부 기자들을 굳
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개가 자기 눈 앞에 일을 해결하는데에만도 늘 허덕여 '바쁘다 바 뻐!'를 연발하고 산다.
이런 사정이고 보니 62년 첫 여기자 공채 이후 최초로 마련된 '여기자 세미나'가 얼마나 뜨거웠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너도나도 할 말이 많았다. 당초 계획했던 시간을 훨씬 넘긴 것으로 모자라 만찬 이후 10 시가 다 되도록 다시 토론이 이어졌다.
터 놓고 속내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세미나는 훌륭했다. 특히, 사회부 기자로 시작해 35년 경력을마감하고한국미디어여성연합을 꾸려 낸 신동식
선배님(전 대한매일 논설위원)의 '남녀차별 금지과제와 여기자들의 역할' 주제발표는 생생 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살아 있는 여기자 역사 이야기로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에 충분했다.
더구나 여성기자들이 신문방송의 '꽃'으로서가 아니라 언론의 큰 방향을 잡아가는 디딤돌 이 되는데 걸리적거리는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여성특위를 조직하자는 데 중지를 모은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든든한 동지들을 얻은 것이다. 전북은 21일 세미나 내용을 보고하는 자리를 갖고 도내 여기자 모임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앞으로 여성특위 홈페이지인 '미디어 페미니즘'에 IMF 이후 여기자 정리해고 실태조사와 신참 여기자의 조직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선·후배 상담코너, 여기자를 주제로 한 좋은 영 화·책 선전코너를 신설하자는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들도 모였다.
이런 얘기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더 이상 여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는 그만 두자고. 경영진과 편집국 고위간부, 동료 남성기자들의 인식확대가 사실은 더 급하다고.
'여성 기자로 살아남기'가 훨씬 수월해지는 그런 기자 사회를,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것 만은 약속하자. 여성의 문제, 여기자의 문제를 회피하려 하지 말고 여럿이 함께 효율적으로 대처하자고.
마지막으로, "선·후배님들! 연락 좀 자주 합시다."
김남희(전북 도민일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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