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은 남북 정상의 ‘번개’를 재빨리 속보로 전했고, 시민들 관심은 높았고, 주말 내내 분석·해설 기사들이 적잖이 나왔다. 그럼에도 숨가쁘게 돌아간 이 과정에 미디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별로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28일자 신문에는 청와대가 밝힌 내용들을 전하는 기사와 스케치들, 전문가 해설과 외국 언론의 분석들이 실렸다. 새로움은 적었다. 어쩌면 이미 벌어진 일을 ‘확인’시켜주고 매체들이 제각기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는지 보여준 것이 신문들이 해준 최대한의 역할이 아니었나 싶다.
한 후배는 “요즘 미디어의 경쟁상대는 청와대”라고 했다. 뉴스의 소스를 넘어 전달·유통자 역할까지 하는 청와대와 언론이 경쟁을 해야 한다. 소통 마인드와 세련된 기술로 무장한 취재원과 직접 실력을 겨루기엔 기성 언론들이 너무 쳐져 보인다.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중개자’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돌아가는 시대에 전달자 노릇만 해서는 언론이 끼어들 공간이 없다.
전달경로를 독점하던 시절은 진작에 끝났는데 ‘심층’ ‘분석’으로 독자들을 잡아두지는 못하는 상황. 그 이유가 그저 네티즌들이 질타하듯 기자들의 게으름 때문일까. 기술과 인력의 한계 때문일까. 여전히 기자단 시스템과 경직된 보도방식에 의존하면서 진영논리로 사건을 해석하기 때문일까. 중개자의 자리는 사라졌는데 ‘저널리즘’의 위상을 찾기는 힘들다. 비공개 회담을 하고 ‘깜짝 공개’한 이번 사건은 좀 특수했다 하더라도, 빠르고 오픈된 뉴스 흐름 속에서 언론의 자리는 어디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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