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을 히딩크 감독과 함께 8강 주역의 ‘콤비’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해 또다시 ‘정몽준 키우기’라는 비판을 샀다.
문화일보는 지난 18일 한국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승리하고 8강에 진출하자 19일자 2면에 ‘히딩크 반란 합작한 환상의 콤비’라며 히딩크 감독과 정몽준 회장에 대한 기사를 나란히 대등하게 편집해 내보냈다. 문화일보는 히딩크에 대해선 ‘현대축구 흐름 꿰뚫은 명장’이라고 보도했으며 정몽준 회장에 대해선 “끝없는 믿음과 지원을 했다”며 “감독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시간을 줘야 한다’며 직접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특히 8강이 확정된 후 히딩크 감독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사진과 정몽준 회장이 열광하는 관중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는 사진을 나란히 게재해 ‘8강의 공’을 두 사람에게 똑같이 부여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 축구의 엄청난 신장에 대한 정몽준 회장의 ‘공’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 회장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왔고, 지난해의 경기 부진과 국민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선 문화일보 외에 다른 신문들도 스포츠 면 등에 ‘나는 히딩크를 믿었다-정몽준 회장 4강 만감교차’(동아 6월 23일) 등 박스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또한 정몽준 회장은 한국 축구의 선전과 함께 월드컵 이후의 대선 행보와 관련해서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과 같은 비중으로 정 회장을 다룬 문화일보의 보도는 양적으로나 비중에 있어서도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선 문화일보 편집국 자체 심의에서도 “분위기에 묻혀 지나가기는 했지만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내부에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