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칼럼을 통해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비판한 원로 언론인 정경희 씨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기피 의혹 논란을 다룬 신동아와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있었지만 언론을 상대로 한 당 차원의 소송은 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법률지원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언론인이나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현재 계류중인 사건은 정경희 씨에 대한 소송이 유일하다. 오히려 언론이 한나라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4건 계류중이다. 이는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언론자유’에 대한 강조를 정부 여당과의 차별성으로 부각한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마찰을 빚었던 몇몇 언론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가 언론중재신청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등 언론에 대한 소송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언론보도에 대해 강공 입장을 펴고 있는 것은 최근의 문제제기가 이회창 후보에게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반 기사가 아닌 칼럼에 대한 소송이 극히 이례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경희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문제만큼은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언론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쟁점이 될 만한 비리 의혹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이회창 후보는 가회동 빌라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했으며, 지난 97년 대선 당시에도 장남 이정연 씨의 병역비리 의혹이 쟁점이 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바 있다.
이는 정경희 씨에 대한 한나라당의 소장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한나라당은 소장에서 “이회창 후보를 이번 대선에 후보로 출마시켜 집권당이 되고자 준비를 해오고 있다. 그런데 악의적으로 왜곡된 이회창 후보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여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같은 강경대응을 놓고 언론계에서는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높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19일 성명에서 “한나라당의 언론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방송의 공영성을 강화하는 대신에 MBC와 KBS 2TV를 사유화하자는 것이나 MBC스페셜에 대해 과도하게 문제를 삼은 데 이어 신문의 칼럼에 대해서까지 거액의 소송을 내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남경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오마이뉴스 2002> 5월 30일자와 <신동아> 7월호에서 김대업이 주장한 것으로 보도된 97년 병역비리은폐대책회의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오마이뉴스와 신동아, 해당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원로 언론인 정경희 씨가 한겨레(6월 3일자)에 게재한 칼럼 ‘대쪽-귀족-언론’에 대해서도 “전혀 허위사실이거나 추측성 비난에 불과하며 오로지 한나라당 및 그 대통령 후보를 비방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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