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스페셜리스트 | 경제]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새빨간 거짓말.”


‘조현아 땅콩회항 갑질사태’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난 22일 조양호 한진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일축했다. 조 회장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 전무의 동반사퇴를 약속했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한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일까? 제대로 된 사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히 털어놓는 것과 엄격한 책임 추궁,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이다. 조 회장의 사과는 이런 조건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 12일 오전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처음 알려지자 “사실무근”이라고 거짓 해명했다. 갑질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자 오후에는 말을 바꿨지만 이 역시 거짓이었다.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언성이 높아졌고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면서 물이 튀었을 뿐이다.” 이번 사과문에는 거짓해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물벼락 갑질’이 조 전무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총수일가의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 조 전무의 진에어 불법 이사직 수행과 국토부의 면허변경 봐주기 의혹 등으로 계속 번지며 국민의 공분이 폭발하자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인식은 2014년 말 ‘조현아 땅콩회항 갑질사태’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당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한진뿐만 아니라 재벌 전체로 부담이 커지자 전경련 고위임원이 조 회장을 직접 찾아가 조속한 사과를 건의했다. 조 회장은 이를 듣더니 “우리 애(조현아)가 무엇을 잘못했는데?”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조 회장이 자신은 쏙 빠진 채 두 딸의 동반퇴진만으로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조 회장 부인의 갑질은 자녀보다 더 심하다는 증거가 쏟아진다. 한진3세들의 갑질은 부모를 닮은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조씨 일가로 인한 회사와 직원들의 피해는 엄청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한항공이라는 사명에서 ‘대한’을 빼야한다는 요구까지 올라왔다. 조 회장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석 사장이 누구인가? 갑질사태로 경영에서 물러난 조현아는 지난 3월말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슬그머니 복귀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칼호텔네트워크는 한진칼이 지분 100%를 가진 비상장기업이다. 복귀 결정은 한진칼 이사회의 책임이다. 한진칼 이사회의 사내 등기임원 3명은 조 회장, 아들인 조원태 사장, 그리고 석 사장이다. 조현아 경영복귀라는 잘못된 결정을 하는데 석 사장은 충실한 거수기 역할을 했다. 그런 사람을 더욱 중용하겠다는 것은 정말 국민을 바보로 아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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