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파업, 선거보다 더 '찬밥'

언론이 월드컵 보도에 매몰되면서 노동계 파업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8일 민주노총이 자체 집계한 데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택시와 병원, 금속 등 70여개 사업장에서 2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의 성실 교섭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또 18일 잠정합의에 이르기는 했지만 국내 최대규모의 자동차 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이 달 들어 수 차례 잔업거부와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극히 미미했다. 축구 국가대표 관계자와 응원단 ‘붉은 악마’와 관련해선 시시콜콜한 가십성 사안이나 신변잡기들까지 기사화하면서도 노동계 파업 관련 소식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한국언론재단의 카인즈(KINDS) 서비스를 이용해 월드컵 개막 시점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10개 중앙일간지를 대상으로 기사를 검색한 결과, 최근 노동계 파업 관련 기사는 모두 20건에 그쳤다.

언론은 또 최근의 노동계 파업뿐 아니라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도 외면했다. 제90차 국제노동기구(ILO)총회에 참석중인 175개국 노동조합 대표자 500여명이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노총의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 노조간부들에 대한 구속 수배 등 노동권 침해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이 역시 대부분 언론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월드컵이란 국제적인 행사가 치러지는 동안 파업 소식이 알려지는 게 국가 이미지 실추로 이어진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나 월드컵 보도에 매몰돼 그밖의 사회 현안에 대해 무관심해진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드컵 직전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던 언론이 정작 파업에 돌입,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데도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은 또 다른 편향보도라는 비판도 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정부 당국이나 사용자들은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전혀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자기에게 좋던 나쁘던 언론에 파업 사실이 보도돼야 그나마 부담을 느끼고 수습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 모든 신문과 방송이 월드컵에 파묻혀 노동현장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열린 공공의 장으로 끌어내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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