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률 9.9%와 종이신문의 생존 전략

[언론 다시보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종이신문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를 말해주는 지표들은 많다. 먼저, 종이신문 가구구독률 감소 추세가 멈추지 않는다. 1993년 63.0%였지만 2017년에는 9.9%로 하락했다(<1993·2017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13.7%)와 60대 이상(16.1%)은 두 자리 수를 기록한 반면 30대(4.0%) 20대(3.9%)는 평균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40대(9.4%)만이 평균값에 근접했다.


둘째, 종이신문 열독률과 열독시간도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02년부터 2017년 사이에 열독률은 65.4포인트나 급감했다(82.1%→16.7%), 종이신문 열독자의 하루 평균 열독시간까지 39.1분에서 29.3분으로 약 10분가량 줄었다.


셋째, 시민의 뉴스 이용 패턴이 과거와는 전혀 딴판으로 변했다. 2000년과 2017년 사이 가구인터넷접속률이 49.8%에서 99.5%로 급증(<2017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하면서 포털이 지배적인 온라인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뉴스 유통플랫폼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7년 언론수용자의 45.4%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82.8%가 소셜미디어 뉴스에 노출되며 이용시간도 하루 평균 44.7분에 달한다(<2017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넷째,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종이신문 뉴스 이용 시간이 감소한다. 성인이 된 시점에서 경험하는 미디어 환경은 평생 미디어 이용 습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가령,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발간된 수용자의식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이강형, 2017)는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 사이에서 종이신문 이용량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보고했다. 이들 세대가 뉴스를 본격적으로 접한 시점에서 지배적인 뉴스원은 종이신문이 아닌 포털과 소셜미디어였다. 미래에도 이들 세대가 종이신문을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 필연적으로 뉴스 유통 플랫폼도 다변화된다. 지금 포털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이는 한시적이다. 테크놀로지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포털은 새로운 뉴스플랫폼에 의해 대체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종이신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재빨리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무장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 약화된 의제설정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 낮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사라지듯이 의제설정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매체만이 살아남는다.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1993년 이후 발표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와 각종 문헌들을 살펴보면 종이신문 이용자들은 몇 가지 특성을 공유한다. 남성, 높은 연령대, 고소득층, 전문직·사무직 집단이 여성, 낮은 연령대, 저소득층, 생산직·서비스직 종사자보다 신문을 상대적으로 더 즐겨 읽는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들이 여전히 종이신문 뉴스를 찾는다. 다양한 영역에서 의사결정자 역할을 하는 정치·사회 엘리트 계층이 여전히 신뢰하고 찾는 뉴스매체이다. 보수적 논조의 신문은 특정 사안에 관해 보다 다양한 보수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내적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 진보적 논조의 매체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처럼 언론인 중심의 뉴스를 생산하는 관행에 집착한 종이신문들은 머지않아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뉴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