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는 최근 일시적인 감면에 들어갔다가 정상화됐다. 제지업체들이 용지 값을 기존보다 10%이상 인상(톤당 7만~7만7000원)을 요구하며 협상하던 중 지난달 26일 용지 공급을 갑자기 중단해서다.
용지 재고량이 제한적인 신문사 입장에선 제지업체들의 이런 실력행사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최근 제지업계의 요구안을 대거 수용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신문업체들이 용지 값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문사와 제지업계 간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인상 폭이 관건일 뿐 용지 값 인상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은 여전히 제지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신문사 경영의 주요 화두로 비용절감이 부상할 수밖에 없다. 용지 값은 인건비와 함께 신문사 고정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커진 비용 부담을 상쇄하는 방법은 매출을 끌어올리거나 경비를 절감하는 방안 등이 있지만, 신문 산업을 떠받친 광고와 협찬 매출이 2000년 초반 이후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비절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7 광고산업통계조사’결과에 따르면 신문광고시장 규모는 2013년 8075억원, 2014년 7867억원, 2015년 8703억원, 2016년 6509억원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광고시장 증가세와 맞물려 신문광고 시장의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경비 절감을 위해 기존 발행하던 부수나 면수를 줄이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수가 광고단가 등 신문사의 영향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부 우려 탓에 쉽게 손 댈 수 없다.
이 때문에 발행 면수를 줄여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언론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광고 수주에 따라 발행이 결정되는 별도 ‘섹션’이 감면 1순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종합미디어 관계자는 “언론사 간 자존심 경쟁 때문에 감부보다 감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 같다”며 “이에 따라 대포광고나 간지로 들어가는 섹션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 반면 언론사 간 바터(교환)광고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재 발행하는 부수를 무한정 떠안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신문업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면의 경우 찍으면 찍을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남는 종이신문 역시 재고 처리가 힘든 데다 뉴스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종이신문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종이신문을 자사 체급에 맞는 적정수준까지 줄이는 등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종이신문 부수를 각 사의 영향력, 순위 등과 정비례하는 것으로 보는 경영진들의 인식자체가 먼저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ABC부수인증을 기존 1년에서 2년마다 한 번씩 받도록 하고 종이신문 외에 PDF, 온라인, 모바일 등 여러 지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메이저신문 관계자도 “발행 부수나 면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 건 아니지만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본지보다 섹션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주요 대형 신문사보다 발행 면수가 적은 신문사들의 경우 더 이상 줄일 면이나 부수가 없어 고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한 종합일간지 사장은 “이번처럼 제지업체가 실력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할 경우 당장 찍어낼 종이가 없는 신문사 입장에선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며 “섹션 등을 많이 발행하는 큰 신문사와 달리 줄일 수 있는 면도 없는 등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김창남 기자 [email protected]
김창남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