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 유사 제호 분쟁
정간법은 '허용' 특허청은 '불허' 정책혼선도
경기일보가 지난 3일 창간한 경기신문에 대해 “혼동의 우려가 있다”며 상호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지방지들이 난립하면서 유사상호 분쟁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현재 상호가 유사한 신문은 경기일보(88년 창간)-경기신문(2002) 외에도 호남신문(98년 제호변경)-호남일보(2000), 전남일보(88)-전남신문(2002), 경남신문(68)-경남일보(89) 등 대부분 지역 명에 ‘일보’와 ‘신문’을 붙인 형태. 이에 따라 먼저 창간된 신문사가 나중에 창간된 신문사를 상대로 혼동 가능성이 있다며 법적 대응을 하거나 경고장을 보내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일보는 지난 4월 경기신문이 문화관광부에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고 인력채용 광고를 내자 수원지법에 상호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경기일보는 가처분신청서에서 “‘일보’와 ‘신문’은 영업의 종류를 나타내고 있어 그 식별력이 없고 나머지 ‘경기’는 동일한 것이므로 같은 것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신문이라는 제호를 사용하는 것은 경기일보가 상당시간의 노력을 통해 확보한 유통경로와 독자층을 잠식하여 무임승차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호남신문은 지난 2000년 같은 지역에 호남일보가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자 “유사 신문제호의 사용을 중지하라”며 호남일보 측에 ‘경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 이들 신문사들은 비슷한 제호로 인한 혼동 사례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 기자들이 신문사명을 말할 때 ‘전남’(전남일보), ‘전매’(전남매일), ‘광타’(광주타임즈), ‘호남’(호남신문)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호남일보’가 창간되면서 기관이나 광고주들이 혼동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 특히 지난해 10월 호남일보 사장이 구속됐을 때는 호남신문으로 항의 및 문의전화가 쇄도했다는 후문이다.
경기일보의 한 기자도 “경기신문이 창간된 이후 ‘출입처가 바뀌었느냐’는 질문을 받거나 주문하지 않은 신문용지가 잘못 배달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사제호는 현재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98년 정기간행물법이 개정되면서 언론의 진입 장벽을 완화한다는 이유로 ‘이미 등록된 정기간행물과 유사 또는 동일한 제호는 등록할 수 없다’는 조항을 ‘동일한 제호’로 변경하면서 유사제호의등록에 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특허청은 ‘일보’와 신문’을 유사한 상표로 규정하고 상표등록을 해주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전라매일신문사가 ‘전북신문’과 ‘전북매일’로 상표등록을 신청하자 특허청은 “전북지역에는 전북일보가 있는 바 이 상표를 사용할 경우 전북일보와 관련 있는 상품으로 인식케 함으로써 상품 품질의 오인 및 수요자 기만의 우려가 있다”며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 지방신문들은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해 놓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유사 제호로 인한 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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