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와 제지업계 간 신문제작용 용지값 인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제지 업체들은 이달 말까지 자신들의 인상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2월1일부터 신문용지 공급을 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움직임은 일부 현실화돼 한겨레의 경우 지난 26일부터 신문용지 공급이 완전 중단됐다. 이 때문에 한겨레는 지난 27일자 1면 사고를 통해 “제지업체들의 갑작스러운 신문용지 공급 중단으로 신문용지 확보에 차질이 빚어져 감면 발행한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주페이퍼, 대한제지, 페이퍼코리아 등 제지업체 3사는 지난달부터 주요 신문사들에 제공하는 용지 가격을 톤당 7만~7만7000원 인상을 요구했다.
제지 3사마다 주문 물량, 결제 방법과 시기, 운반거리 등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지만 10%가량 인상을 요구했다는 게 신문업계의 주장이다. 한겨레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신문용지의 톤당 가격은 89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한 신문사 관련부서 국장은 “1위 업체인 전주페이퍼의 경우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인수자금에 대한 대출이자 등을 갚기 위해 용지값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2월부터 용지 공급을 끊겠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영업적자를 신문업계에 떠넘긴 꼴”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지난해 신문용지 제작에 들어가는 고지 값이 30%가량 올랐을 뿐 아니라 2015년부터 적자 행진이 이어지는 등 현 경영상황을 감안할 때 피치 못할 선택이라는 게 용지업체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 4위 신문용지 제조업체인 보워터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2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전주페이퍼, 대한제지, 페이퍼코리아의 실적도 부진해 2016년도 영업손실은 각각 32억원, 26억원, 152억원을 기록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3년 이상 적자를 내는 기업을 ‘좀비기업’이라고 하는데 4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문업계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 신문용지 가격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공급하면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진다. 현재 50%이상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신문업계 역시 경영상황이 어려운 데다 용지가격 인상에 따른 경영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문사 내 고정비 중 용지비용은 인건비와 함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다른 신문사 경영지원실장은 “종이값을 10%이상 인상할 경우 올해 최저임금제 실시와 함께 고정비 증가로 이어져 신문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제지업체가 신문용지 공급 중단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는 반면 신문업계가 꺼내들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인상 폭에 협상의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한 종합일간지 사장은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사는 타 제지업체로 갈까봐 제지업체도 눈치를 보는 반면 그렇지 않은 언론사엔 무조건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2월1일자부터 물량 공급을 끊겠다고 해 인상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창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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