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신문 선거보도 정책검증 기획 눈길

'실험'에 만족…평가보다 자료제공 그쳐

유권자 참여·정책 대결 유도 긍정적 평가





6·13지방선거와 관련해 지방 신문 가운데선 후보자 정책 검증에 역점을 둔 기획들이 잇따라 관심을 모았다. 선거보도 감시를 위해 모니터팀을 운영하거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 어젠다 설정, 방송사와 지역시민단체 공동으로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물 및 정책 검증 작업을 활발히 벌였다.

지역 신문들의 이런 ‘실험’은 과거 지역정서에 편승하거나 판세 위주의 나열식·경마식 선거보도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를 평가할 한층 높은 수준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후보자들에게는 상호비방 보다는 정책 경쟁을 유도하는 순기능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후보자 검증이 평가보다는 객관적 자료제공의 수준을 넘지 못하거나 검증작업이 처음 시도되는 경우 전문가풀이 넓지 않은 지역사회의 특성상 참여 인사 가운데 일부가 특정 후보자와 공·사적 관계를 갖고 있는 사례도 나타나는 등 개선점도 없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보도 위한 독자모니터

강원도민일보는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자사 보도의 공정성 감시를 위해 지난달 말부터 독자 모니터제를 운영, 관심을 모았다. 도내 18개 시·군에서 2명씩 모두 36명으로 구성된 독자모니터팀이 선거와 강원도민일보 선거보도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면 강원도민일보는 이를 주 1회 간격으로 1개 면을 할애해 실었다.

이런 강원도민일보의 독자모니터제는 유권자들이 선거보도에서 어떤 정보와 보도방향을 원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보도의 편파시비를 제어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모니터 보고서의 내용이 원론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강원도민일보 김인호 정치부장은 “모니터 보고서가 직접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모니터 요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는 또 당초 지방선거 기간 중 가동할 계획이던 지역 내 5개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후보자 정책 점검단을 선거 이후 구성, 후보자들이 내건 정책과 공약을 분야별로 재점검하는 기획을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사후 점검이란 독특한 접근법이긴 하지만, 당초 사전 검증 계획이 바뀐 것은 지역사회의 전문가풀이 좁아 특정후보자와 연관 있는 인사가 검증작업에참여하는 문제가 생긴 결과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시민단체와 TV토론 공동기획

경남도민일보는 지역 내 경남, 마산 등 3개 케이블TV와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등 3개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경남도지사와 마산, 창원, 진해 등 4개 시장선거 후보자들을 상대로 토론회를 가졌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언론사나 시민단체가 이름만 내거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자 및 패널 선정, 진행방식, 질문 작성 등 사전 준비과정부터 진행까지 경남도민일보와 케이블TV, 지역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주관해 관심을 모았다. 또한 토론회에서는 정책 공방을 유도, 도지사 후보 토론회의 경우 재출마한 김혁규 현 지사의 ‘경영행정’ 주장과 ‘복지·문화행정’을 테마로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남도민일보는 후보자 토론회 외에 당초 도내 20개의 모든 시·군 단체장 출마자들의 정책 및 인물 검증기획을 내보낸다는 방침이었으나 실제로는 10개 시·군 단체장에 그쳤다.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여론매체팀 차장은 “15일간으로 제한된 선거운동 기간에 모든 후보를 검증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며 “후보자 검증과정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병력, 전과 등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팩트’를 발굴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는 또 인터넷에 선거관련 홈페이지(vote.dominilbo.co.kr)를 개설, 후보자들의 인물 데이터베이스와 CBS 등 제휴 언론사의 선거관련 기사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1500명 유권자 어젠다 선정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유권자 어젠다 중심의 시민저널리즘을 시도했던 제주일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참여환경연대, 제주KBS와 함께 ‘6·13 제주 유권자 어젠다’ 기획을 진행했다. 지난 4월말 도민 1500명이 도지사 선거 및 4개 시·군 단체장 선거와 관련해 제출한 질문지를 토대로 주요 어젠다를 선정, 각 후보자들에게 공개 질의한 뒤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변을 검증·평가하는 작업을 벌였다.

제주일보는 이를 위해 도내 각계 인사 9명이 참여한 후보자 답변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제주일보는 또 이렇게 마련된 어젠다를 중심내용으로 하는 도지사 후보토론회를 참여환경연대, 제주KBS와 공동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제주일보의 이런 유권자 어젠다 기획은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제기하고 이에대한 후보자들의 정책 대결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질문지를 작성한 1500명의 유권자가 도내 각계각층에서 표본 추출되지 않고 무작위로 선정돼 다양한 관심사와 질문들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제주일보의 한문성 정치부장은 “유권자 어젠다를 중심으로 한 선거보도의 결정판은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어 지금까지 논의된 정책·공약을 재점검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토론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여건에서 특정후보를 비난 또는 지지할 우려가 있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토론회를 갖지 못하는 게 아쉬운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email protected]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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