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이 만들어낼 세상의 변화 꿈꾼다
[디지털 신사유람단] ② (주)세바시
교육용 강연 콘텐츠 인기몰이
강연마다 참가 신청 쇄도하고
페이스북 '좋아요' 45만 달해
온오프 아우르는 플랫폼 목표
쌀쌀한 기온에도 이들이 이 곳을 찾은 이유는 한국판 테드(TED)로 조명 받고 있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의 신년 첫 강연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노쇼(예약부도)를 감안해 700명을 모집했는데도 1400여명이 신청할 정도로 참가 희망자가 쇄도한 것.
이런 성과는 SNS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세바시의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좋아요’의 수는 45만684명(지난 5일 기준)으로 무한도전 등 일부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단일 프로그램으론 수위를 다툴 정도라는 게 세바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향신문(35만여명), 한겨레(33만여명)와 비교해 압도적이다. 하지만 CBS 내부에서조차 이런 열풍을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바시는 동영상 콘텐츠와 수익을 동시에 잡은 사례다. 세바시는 출범 2년만인 2013년 8월 CBS TV국 소속에서 콘텐츠사업팀으로 떨어져 나오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CBS에서 분사했다.
8년째 세바시를 끌어온 구범준 대표PD 겸 대표이사가 2011년 2월 TV국 편성 개편 워크숍에서 세바시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다. 스마트폰 확산과 종편 등장 등 안팎으로 위기가 불거지고 있던 때였다.
그는 모바일용 HD급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되, 기독교전문 콘텐츠가 아닌 교육용 강연 콘텐츠를 만들어 그 콘텐츠를 유튜브, 포털, 팟캐스트 등에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회사 측에 제안했다. 당시 SD급 장비만 있던 CBS 입장에선 HD 장비를 임대하고 VOD 수익마저 포기해야 하는 등 비용 상승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그의 집념 앞에선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못했다.
세바시가 성공적인 동영상 강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기존 방송 관행에서 벗어난 차별화된 시도와 실험 정신 덕택이다.
우선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를 방송사가 아닌 페이스북에서 만들었다.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당시해만 해도 낯선 시도. 하지만 가뜩이나 사람들이 찾지 않은 방송사 홈페이지의 서브 페이지로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어 과감한 선택을 했다.
세바시의 지난해(5~12월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억원, 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 따졌을 때 작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없었던 동영상 콘텐츠와 수익원이 생긴 것을 감안하면 적잖은 성과다.
더구나 작년 7월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55명의 투자자를 모았다. 개인당 40만~200만원을 투자해 목표 금액인 3억원을 15일 만에 달성했다. 주식 가치(액면가 주당 5000원)를 주당 40만원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세바시 주주 구성은 CBS 64.5%, 구범준 대표 31.8%,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아진 주주 3.6%다.
지금까지 총 900여편의 강연자료가 만들어진 가운데 대기업 공공기관 등의 협찬광고 외에 기관 기업 학교 등에 동영상 강연 자료를 판매하는 콘텐츠 판매수익 등이 세바시의 주된 수익원이다. 세바스 구성원은 구 대표를 비롯해 PD 4명, 콘텐츠 매니저 1명 등 6명(정규직 기준)으로 구성됐다.
세바시는 내달부터 ‘오프라인 유료 온라인 클래스’를 시작으로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온라인 공개 수업)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 예정이다. 또 궁극적으론 온·오프라인 교육을 아우르는 ‘세바시 스쿨’을 만들 생각이다.
구범준 대표는 “테드가 18분인데 다소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잡지를 훑어보는 시간,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는 시간, 버스를 기다리기 위한 시간 등 ‘15분’은 우리 일상에서 무수히 버려지고 있지만 그 15분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며 “유료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세바시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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