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고발프로 취재방식 논란

MBC 학생시켜 수업 ‘몰래 카메라’

KBS 검사 사칭 구속… 본인은 부인





KBS PD가 검사를 사칭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MBC 기자가 학생을 시켜 몰래 수업시간을 촬영하도록 했다가 결국 해당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면서 언론의 취재윤리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고발 프로그램의 성격상 취재대상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MBC는 지난달 25일 뉴스데스크에서 ‘희망 없는 교실’이라는 제목으로 실업계 고등학교의 현실을 비판하는 뉴스를 다루면서 한 실업계 고등학교의 수업장면을 화면으로 내보냈다. MBC는 이 뉴스에서 “수업에 관심 있는 학생이 드물어 보일 정도로 분위기가 산만하다”며 “학교 공부가 취업에 별 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 화면은 MBC 기자가 한 학생에게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가방을 전달하고 몰래 촬영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방송을 본 이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에 의해 촬영을 한 학생이 밝혀지면서 해당학생은 학생들의 따돌림을 받고 결국 전학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MBC는 이 학교의 이름을 익명으로 하고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했지만, 학교측이 방송화면을 되돌려보며 촬영한 구도 등을 감안해 해당 학생을 밝혀냈다는 후문이다. 결국 좋은 취지의 기획이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몰래 촬영을 시키는 것은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KBS 추적60분 최 모 PD는 지난달 18일 방영된 ‘특혜의혹 분당 파크뷰, 무슨 일이 있었나’를 취재하며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검사라고 사칭, 파크뷰 관련 진술을 듣고 이를 녹음해 방송했다는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됐다. 김 시장은 지난달 25일 “당시 통화한 발신번호를 추적해보니 KBS의 업무용 휴대폰이었다”며 최 PD를 공무원 사칭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최 PD는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98년 한국일보 기자가 강남 고액과외 사건을 취재하면서 서울지검 모 부장검사 딸이 고액과외자 명단에 들어있다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라고 사칭했다가 조사를 받았으며, 같은 해 국민일보 기자가 대구대 비리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수사검사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보관된문서를 프린트하다 발각돼 구속되기도 했다.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관직을 사칭함으로써 취재원이 자기 의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며 “아무리 탐사보도라 하더라도 취재의 방법은 정당해야 하며,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다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PD나 기자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KBS PD들은 ‘추적60분 PD구속에 대한 대책위’를 구성하고 “비리의혹 사건을 다룬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취재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점 등을 감안, 일부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참작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MBC의 한 보도국 차장도 “탐사보도의 경우 내부 제보자의 협조가 없으면 취재가 어렵다”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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