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기피하면 다른 후보에만 기회 제공
[인터뷰] 이효성 지방선거방송 수도권토론위원장
인신공격 차단… 철저한 정책대결 유도
선거법 제82조에 따라 지방선거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구성된 지방선거방송수도권토론위원회(위원장 이효성·성균관대 신문방속학 교수)가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후보자 선정기준과 토론형식 및 방법 등의 운영규정과 토론일정을 확정했다. 토론위원회는 후보자 선정기준을 원내교섭단체 후보 또는 지지율 5% 이상 후보로 정했으며,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군소 정당 및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는 별도 대담 또는 토론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지난달 31일 이효성 토론위원장을 만나 지방선거토론위원회 구성의 의미와 바람직한 TV토론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방선거방송 토론운영규정이 마련됐는데 의미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유력한 후보뿐 아니라 군소 후보에게도 발언의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비록 유력 후보 토론과는 별도로 대담 또는 토론의 기회를 부여했지만, 이를 강제규정으로 둠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모든 후보가 함께 토론에 참여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유력 후보가 군소 후보와 토론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고, 군소 후보가 난립할 경우 모두 참여시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같이 정했다.”
-토론위원회가 선거 때마다 임시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는데.
“선거 60일 이전에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임박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 선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이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지난달 22일에야 첫 모임을 가졌는데, 시간이 촉박해 토론회 포맷 등을 정밀하게 규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지난 97년 대선토론위원회가 구성됐을 때도 지적된 바 있는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론위원회를 상설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공영방송사가 선거 때마다 토론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선거법을 개정해 방송위원회가 토론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설치하도록 하고 토론기준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정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도 방송사 자체적으로 실시한 TV토론이 많았다. 문제점은.
“대담방식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데 좋은 반면, 토론 방식은 후보자의 정책을 비교하는데 더 적합하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TV토론을 보면 정책대결로 가지 않고 과거 비리나 인신공격이 많아 토론회가생산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이번 토론은 후보자 자질 검증은 어느 정도 됐다는 전제하에 철저하게 정책토론이 되도록 했으며, 형식은 패널 없이 사회자만 두는 것을 기본 포맷으로 했다.”
-군소후보들의 토론 참여 요구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 유력후보 가운데는 유불리에 따라 토론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군소후보 참여 문제는 고민이기는 한데, 후보수가 많을수록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실상 후보가 4명 이상이면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유력후보가 군소후보와 함께 토론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토론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영국 BBC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정성의 원칙으로 서로 상이한 의견은 전부 들어줘야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다.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의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다. 30∼40%의 지지를 받는 후보와 5% 이하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공정한가라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또 유력 후보 가운데 토론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토론은 거부할 수 있겠지만, 토론위원회에서 정한 토론회는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어서 거부할 경우 나머지 후보들에게만 시간이 주어져도 나중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은 TV토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이 인신공격보다는 정책대결을 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패널들도 후보자를 나무라는 태도나 편파적인 공격보다는 공정한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토론위원회를 상설화해 토론 운영규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토론 규칙과 형식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토론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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