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앙TV가 저녁 주요 시간대에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6·25 일본 참전의 비밀’ 편을 거의 그대로 방영해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방송이 남한의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지난 2000년 EBS가 제작한 자연다큐멘터리 ‘호랑이’ 3부작을 방영한 이후 두번째며, 자연 다큐멘터리가 아닌 시사 제작물을 방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중앙TV는 지난달 21일 오후 9시 45분부터 10시까지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지난해 6월 방영한 ‘6·25 일본 참전의 비밀’ 편을 “남조선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자료를 편집한 것”이라는 안내와 함께 내보냈다. 북한 중앙TV는 60분 짜리 프로그램을 15분 분량으로 편집한 후, 나레이션과 인터뷰 음성을 북한 아나운서의 음성으로 바꾸고 자막을 새로 만들어 덮는 등 재편집했다.
이 프로그램은 패망한 일본군 소해부대가 극비리에 원산 앞바다에 파견돼 지뢰제거 작업을 하는 등 일본의 6·25전쟁 참전 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으로, 당시 참전했던 일본군의 증언과 비밀해제된 문서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같은 사실을 지난달 26일 방송한 MBC 통일전망대팀은 “99년부터 방송사가 위성을 통해 북한 중앙TV를 보는 것이 허용됐는데, 방송을 시청하다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방영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북한 중앙TV는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11월에도 ‘흥미있는 동물세계’라는 프로그램에서 3차례에 걸쳐 EBS가 제작한 자연다큐멘터리 ‘호랑이’ 3부작을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같은 해 8월 언론사 사장단 방북시 박흥수 당시 EBS 사장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에게 선물한 것이다. 북한 중앙TV는 이때도 “이 텔레비전 편집물은 ‘한국교육방송’에서 촬영 제작했으며 김정일 동지께 ‘한국교육방송’ 사장 박흥수가 선물로 올린 것을 다시 편집한 것”이라는 안내와 함께 나레이션과 자막을 재편집해 방영했다.
한편 북한은 방송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가수 정수라씨, 안치환씨, 성악가 김동규씨 등의 공연모습이 담긴 남한 ‘해맞이 비디오사’에서 제작한 ‘평양음악열풍’이라는 비디오 제작 영화를 지난 4월 1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하기도 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남한 관련 뉴스는 화면 없이 아나운서 멘트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자료화면 정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같이 방송 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는 경우는 매우 드문일”이라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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