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총파업이 73일 만인 지난 15일 마무리됐지만 대전MBC는 80일째 홀로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노조가 4월부터 퇴진을 요구해온 이진숙 사장과 보직간부들이 버티는 상황에서, 파업 중단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었다.
대전MBC 구성원들은 2015년 취임한 이 사장이 방송의 공정성, 지역성을 훼손해왔다고 질타했다. 이한신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장은 “이 사장은 부당노동행위, 방송사유화 등으로 공영방송의 본질을 망가뜨렸다”며 “우리의 자존감은 끝없이 추락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간절함으로 파업을 이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지역사 낙하산 중에서도 최악의 사장으로 꼽힌다. 올 초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MBC 동료들의 경위서’ 영상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징계를 내린 곳은 16개 지역사 가운데 대전뿐이었다.
당시 기자협회 지회와 노조, 직능단체들은 연대 성명을 발표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지난 9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도 “두 기자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하면서 사측의 무리한 징계에 제동을 걸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대전MBC에선 지역성과 동떨어진 중동뉴스가 자주 보도돼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보도국장이자 앵커인 최혁재 국장과 이라크 외무장관의 대담, 이 사장이 직접 이집트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장면,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아랍문화제 소식 등이 대전 뉴스데스크 전파를 탔다.
이승섭 기자는 “이 사장은 지역성 훼손, 방송자율성 침해, 방송 사유화, 무차별 징계로 구성원들의 입을 막았다. 한편에선 그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며 “어떤 사장이 오더라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참에 사내 DNA를 바꿔보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대전MBC는 단독 파업 일주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장겸 MBC 사장이 해임된 뒤에도 자리를 지키던 보직간부 13명 중 12명이 사퇴했거나 의사를 밝힌 것이다. 대전지부는 21일 오후 임시총회를 열어 오는 27일부터 총파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단 보도, 편성, 영상, 사업 등 전 부문에서 제작중단 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탄압에 이어 구성원들에게 혀를 내밀어 논란이 됐던 송재우 사장이 속한 춘천MBC에서도 전 부문이 제작중단·업무거부 투쟁을 하고 있다. 여수는 보도·편성 제작중단, 14개 지부에선 보도 제작을 중단한 상태다.
최헌영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장은 “파업 중단 이후 출퇴근 시간은 지키고 있지만 뉴스, 제작물이 방송되지 않아 사실상 파업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지부장은 “송재우 사장은 70여일째 출근하지 않는데도 대외활동비를 현금으로 받아가고 있다. 본사 새 사장은 지역사 사장들의 해임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송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대오를 유지하며 파업 그 이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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