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치의 꽃’이라 불리는 TV토론이 일부 후보들의 토론 기피 현상으로 무산되거나 상대 후보가 참여하지 않은 채 파행적으로 이뤄지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미디어를 통한 정책 대결로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TV토론의 취지가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KBS는 5일 민주당 김완주 후보와 무소속 김현종 후보를 초청, 전주시장 후보 TV토론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김완주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갑자기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무소속 김현종 후보만을 초청, 단독 토론을 하기로 했다.
전주KBS측은 “방송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상대후보가 무소속인 점과 비방성 내용으로 일관할 우려가 있다’며 갑자기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은 유감”이라며 “방송 편성 변경이 불가능해 단독 토론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SBS는 지난달 27일 예정된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의 거부로 무산되면서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한번도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을 하지 못했다. 지난 4월 19일부터 이 후보측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5월 10일, 24일, 27일로 연기했던 TV토론을 갑자기 양자 토론이 아닌 5자 토론으로 하자고 제안하면서 또다시 무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SBS 관계자는 “양자 토론을 전제로 계속 연기됐던 TV토론 방식을 임박해서 갑자기 바꾸자고 하는 것은 토론을 피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S와 MBC도 이명박 후보측이 “토론회가 민주당 후보에 유리하게 흐를 우려가 있다”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 각각 예정된 일정을 한두 차례 연기하고 나서야 토론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MBC의 한 기자는 “이명박 후보는 김민석 후보가 더 젊고 말을 잘 하기 때문에 TV토론에 많이 나가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최근 민주노동당 이문옥 후보 등을 포함한 3자 또는 5자 토론을 주장하는 것도 김 후보의 이같은 개혁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시장 후보 TV토론도 법정선거운동기간에 들어가면서 4일부터 6일까지 SBS와 MBC, KBS가 차례로 일정을 잡았지만 그 이전에는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측이 토론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한 곳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지난달 17일로예정됐던 KBS의 인천시장 후보 토론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안 후보측 주장으로 무산되자 민주당 박상은 후보측은 “인지도가 약간 높다는 이유로 유권자들에게 검증 받을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안 후보는 SBS가 지난달 27일 제안했던 TV토론도 일정이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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