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11시30분께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본사 앞. 쌀쌀해진 날씨 속 회사 입구 인근에 자리 잡은 국제신문 구성원 30여명은 이렇게 외쳤다. 241일(1일 기준)째다. 구성원들이 차승민 사장 퇴진 투쟁을 벌여온 시간이 그렇다. 이날 집회서 마이크를 든 김동하 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장(노조 위원장)은 “처음 투쟁할 때 어떤 조합원이 반팔 입을 쯤이면 대충 끝나지 않겠습니까 했는데 파카 입을 준비를 또 다시 해야 될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지부장은 “사측과 교섭은 다 끝났다. 실무·본교섭 다 결렬선언이 됐다. 어쩔 수 없이 파업에 가야되는 것”이라며 “1심이 끝나고 12월쯤 파업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전야다. 12월8일, 차승민 사장의 1심 판결일이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 사장은 엘시티 시행사 임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경쟁 신문사와의 광고비 차액 5100여만 원을 받고, 엘시티 신용카드로 100여만 원을 쓴 혐의로 올해 3월 기소됐다. 지난 5월엔 또 다른 개발업체 대표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아 1100여만 원 상당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한 상황. 이 와중에 노사 간 임금협상은 결렬됐다. 지방·중앙노동위의 조정절차에서 교섭이 되지 않으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된다.
국제신문 구성원들의 요구는 차 사장의 즉각적인 퇴진으로 수렴된다. 국제신문 A기자는 “(언론사는) 잣대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하는 집단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불법행위를 했다는 거에 구성원들의 분노가 있는 상태”라며 “한 사람 개인으로 인해 국제신문이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고,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그 사람이 나가야지만 국제신문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기자는 “국제신문이 대시민사과까지 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정상적인 회사라면 (차 사장이) 소환되고 압수수색 당할 때 직위해제를 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복직을 시키든 징계를 하든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제신문 C기자는 “회장은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한 거고, 유죄든 무죄든 쫓아내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집행유예를 받으면 법정구속이 안되니 안 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회사 홍보국장이 차 사장이 사표를 냈으니 노조는 투쟁을 접자고 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낸 적도 없었다. 재판부나 검찰에 이런 얘기가 들어가게 하려고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제스처로 유리한 판결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시선이다.
더 나아가 이 회장의 비호 아래 차 사장이 여전히 막후에서 인사 등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구성원들은 보고 있다. 지난달 16일 신임 편집국장 인선 후 이뤄진 인사가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임명동의 투표 후 당선이 확정되자 약 한 시간 만에 국·부장 인사가 났는데 이는 단체협약에 명시된 편집국장의 제청 없이 이뤄졌다. 노조의 문제제기로 해당 인사는 철회되고, 절차를 밟은 새 발령이 났지만 여전히 국·부장급 미만 인사는 나지 않았다. C기자는 “편집국장이 100%를 하는 평기자 인사에 총괄이사가 비토를 놨다. 국실장 인사는 총괄이사가 해서 결재가 났고, (미국출장을 간) 회장 유무와 상관도 없다”며 “총괄이사는 허수아비나 마찬가지고 여전히 차 사장이 좌지우지를 한다. 편집국장 안과 차 사장 안이 상충하며 지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차 사장 자택 압수수색, 소환조사 끝에 3월 본격 시작된 국제신문 구성원과 사우회, 지역 시민단체의 사장 퇴진 촉구 투쟁이 ‘1심 판결’이라는 분기점을 맞고 있다. 당장 임금협상을 비롯해 계약직 사원의 무기계약직 전환, 국제신문 대주주인 능인선원의 부산 수영구 부동산 매입 등 여러 현안을 두고 노사 간 입장이 엇갈린다. 구성원과 사우회 선배들은 매일 순번을 정해 회사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 중이다.
김동하 지부장은 차 사장의 사퇴는 물론 대주주 능인선원을 상대로 한 투쟁 의사를 밝혔다. 김 지부장은 “차 사장이 나간다고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후 신문사가 어떻게 돌아갈지 뻔히 보인다. 조합원 의견 수렴을 해봐야겠지만 국제신문에 저런 사주가 있어서는 언론공공성이 지켜질 수가 없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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