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비리 끝이 안보인다

평기자에서 사주 까지..서울과 지방모두..사기.. 투기..도박..수뢰..

언론인 비리가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관련된 언론인의 범위는 사주에서 평기자까지 광범위하고 지역도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다. 비리의 내용도 뇌물 수수는 물론 사기에서 투기, 도박, 심지어 화대 대납 요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일부 당사자들은 '음해'라며 억울해 하기도 하지만,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어서 잘못하다가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요즘 제천에서는 기자들의 술 값 대납 요구 사건을 둘러싸고 한 달 가까이 떠들썩하다. 지난달 23일 제천 시내에는 '정의를 바라는 사람' 명의의 유인물이 배포되었다. 내용은 시청 출입 4개 지방지 주재기자 5명이 4월 7일 신문의 날을 맞아 한정식 집과 단란주점 등에서 식사와 음주, 그리고 여성 접대를 받은 뒤 비용 280여만 원의 계산서를 공무원에게 떠넘겼다는 것. 이 사건이 이 지역 주간 신문인 제천신문의 보도로 널리 알려지자 해당 기자들은 계산서를 시청에 넘긴 적이 없으며 비용은 이미 지난달 2일 모두 계산했다고 해명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당사자인 동양일보 김화수 기자와 충청일보 조영석 기자는 진실을 규명한다며 7월 5일 이 모 제천시청 건설과 계장을 기자실로 불러 제천신문 기자가 사주해 고의로 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받아 공증까지 했다. 이 계장은 6월 17일 이들의 술값 가운데 100만 원을 대납한 바 있다. 두 기자는 "이 계장이 이미 갚은 술값을 다시 내며 고의적으로 계산서에 '2차 비용' 등 상세한 내역을 적도록 요구해 계획적 음모라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계장은 경위서 작성 바로 다음날 '4시간여 동안 기자실에 감금된 상태에서 경위서 작성을 강요받았다'며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제천신문이 다시 이 계장의 탄원 사실을 보도하자 동양일보와 충청일보는 12일자에 '지난 해 충청일보가 제천신문 사장이 운영하던 골프연습장의 불법 사실을 보도해 문을 닫도록 한 데 대한 보복으로 사건을 조작해 기사를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두 기자는 검찰에 이 계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시민 단체들은 두 지역 신문을 비난하고 나섰다. 5개 시민 단체가 모인 '사이비 언론과 부패 추방을 위한 제천시민연대'는 13일 '사이비 기자들의 제천시청 상대 술값 강요와공무원협박사건을 다시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 "두 신문의 12일자 보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제천검찰은 사이비 기자들을 즉각 구속·수사할 것 ▷사건 관련 기자들은 더 이상 사건을 조작하지 말고 제천 시민들에게 사죄할 것 ▷관련 언론사는 공개사과하고 기자들을 파면할 것 ▷제천시장은 사건의 진상을 밝힌 공무원을 적극 보호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제천지청 박근범 검사는 "참고인 조사 중이라 지금 단계에서는 말할 것이 없다"며 "21일 경이면 사법처리 여부나 그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충청북도기자협회(회장 김진욱, 청주 KBS)와 기자협회 자격징계분과(위원장 곽영식, 청주 CBS)도 진상파악에 나섰다.



서울에서는 최근 두 기자가 비리혐의로 법정에 섰고 한 기자는 입건되었다. 길진현 전 중앙일보 경제부 차장은 13일 미공개 정보를 동생에게 제공해 주식투자로 4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한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기자 신분을 이용해 동생에게 시세차익을 얻도록 한 것은 사회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며 "혼탁한 주식거래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중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KBS 이강균 차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이 차장은 소규모 의류수출업체한테서 세무조사를 받지 않도록 세무서에 부탁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이 차장은 해당업체에서 1000만 원을 빌린 것 뿐 이라고 주장했었다.



대한매일 경제부 김병헌 차장은 9일 공립학교 교사 취업 소개를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아 사기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 차장은 98년 파리 특파원 재직 시절 알게 된 김 모씨한테 여동생 취직을 부탁 받고 지난 1월 30일 김씨 부친한테서 수고비 조로 1000만 원짜리 수표 1장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받았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6월 12일 부친 김씨는 "1000만 원을 받은 김 차장이 교육부 출입 당시 알던 인사에게 부탁해 딸을 안양시 0공립고등학교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남대문 경찰서에 고소했다.



김 차장은 경찰에서 "당시 봉투를 확인해 보니 워낙 거액이어서 놀랐다"며 "당일 바로 아들 김씨의 외환은행 통장에 500만 원을 입금했다"고 해명했다. 김 차장은 이어 "아들 김씨가 나머지 500만원은타인 계좌로 입금해줄 것을 요청, 일부 비용을 사용한 금액 470만원을 2월 2일 보냈으며 30만 원과 이자 110만 원을 두 차례에 걸쳐 입금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증거로 무통장 입금 확인서를 제시했다. 부친 김씨는 김 차장에게서 1000만 원을 직접 받고서 지난 8일 소를 취하했다. 이 사건은 고소인의 취하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검찰에 송치에 사건 진행중이다. 김경태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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