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신문사 편집국장들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편집국장 임기를 명문화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언론사 편집국장의 임기는 통상적으로 2년 내외다.
실제로 한국일보 황상진 전 편집국장(2016년 1~12월), 중앙일보 남윤호 전 편집국장(2016년 12월~2017년 7월) 등이 조직개편이나 인사 등의 이유로 교체됐고, 경향신문 김민아 편집국장의 경우 취임 1년 만인 지난달 23일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
서울신문 김균미 전 편집국장(2016년 5월~2017년 6월)은 중간평가를 거칠 경우 1년을 더 할 수 있지만 본인 의사에 따라 약 1년간만 편집국장직을 수행했다. 앞서 서울신문 노사는 지난 2014년 편집국장 선출방식을 개선하면서 편집국장 임기를 1년으로 하되, 1년을 넘길 시 중간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반면 김차수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2013년 12월~2016년 12월)과 최훈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2013년 12월~2016년 12월)의 경우 만 3년 동안 편집국장직을 수행했다.
재임 기간이 편집국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의 절대평가 기준이 될 수 없을 뿐더러 편집국장 인사에는 조직개편, 인력운영 등 내부 요인 외에도 대선이나 총선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언론계 일각에서 최근 편집국장의 임기가 짧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가욋일이 많아진데 따른 부작용일 수도 있어서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편집국장은 편집국의 맏형으로 외압 등을 막고 지면 제작에 전력투구하던 자리였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가져온 변화의 물결이 편집국장의 역할마저 바꿔 놨다. 생존을 위해 광고주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하면서 광고·마케팅도 편집국장이 챙겨야 할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됐다. ‘편집국 맏형’이자 ‘경영진의 막내’가 된 셈이다.
한국일보 이충재 전 편집국장은 95%의 압도적인 지지로 임명동의를 받았음에도 2012년 4월 광고매출 부진 등을 이유로 취임한지 10개월 만에 경질된 일이 이런 변화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심지어 편집국장 재임 당시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 임기가 끝난 뒤 광고·마케팅국장으로 발령 내는 일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3~4년 새 종이신문보다 모바일이 우선되는 ‘디지털 퍼스트’가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급부상하면서 편집국장의 업무부담 역시 한층 가중됐다.
A신문사 편집국장은 “입사할 당시만 해도 편집국장의 역할은 콘텐츠 생산이 전부였다. 편집국 인력도 지금보다 많은 반면 지면은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은 배로 늘고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디지털 역시 지금이 과도기라 역대 편집국장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편집국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국 분위기 역시 예전과 사뭇 달라 비판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점도 편집국장을 향한 ‘쓴 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매체보다 기자 개인의 브랜드가 중요해진 시대흐름 역시 편집국장을 선망의 대상에서 멀어지게 한다.
B언론사 부국장은 “예전엔 편집국장이라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지금은 어떤 매체 기자냐 보다 기자 개개인의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이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도 ‘편집국장하면 뭐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이 때문에 편집국장보다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전문기자를 훨씬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뜩이나 비판을 면하기 힘든 자리가 이젠 욕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로 고착되고 있다.
특히 상호 양립하기 힘든 편집권 수호와 매출 증대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데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디지털 혁신의 몫까지 편집국장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불만의 화살 역시 편집국장을 향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신문업계에서도 과중된 편집국장의 업무를 분산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중앙은 지난 4월부터 편집국장의 과중된 업무를 덜기 위해 편집국장은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제작1담당과 제작2담당이 중앙일보 지면제작을 맡고 있다.
C종합일간지 고위 간부는 “JTBC의 경우 손석희 보도부문 총괄 사장이 개인적으로 뛰어난 점도 있지만 회사가 보도에만 신경 쓰도록 환경을 만들어준 요인도 크다”며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방안이 ‘저널리즘 본령에 충실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다면 편집국장의 일부 권한을 넘기고 편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내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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