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학 국민일보 대전충남 주재기자(부국장)가 충남도청 중앙기자단에서 제명됐다. 중앙언론사 11개사, 기자 17명으로 구성된 기자단은 지난달 12일 비상총회를 열고 정 기자의 회원자격을 박탈했다.
30년 넘도록 언론현장에 있는 그가 동료들과 틀어진 건 기자실에 대한 의견차이 때문이다.
지난달 초 충남도가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합친 통합브리핑룸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몇몇 기자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중앙기자단 카톡방에서도 반대의견이 나왔다. 정 기자는 일부 기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대화내용을 충청지역 온라인매체 ‘다른시각’에 제보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3일 기사 <충남도청 기자실 통합브리핑룸 전환 갈등>에서 “찬성 측은 “기존 기자실은 일부 기자들의 특권의식”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검증 안 된 사이비기자와 공존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기자단은 카톡 내용 유출자를 찾아 나섰고 정 기자는 당사자임을 시인하며 기자단을 탈퇴했다.
중앙기자단은 정 기자를 제명한 후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정 기자가 인터넷매체(다른시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기자의 행동은 국민일보라는 매체를 이용해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유출사건으로 기자단의 명예가 실추됐고 기본 윤리까지 저버렸다”면서 회비납부 해지 통보문을 보냈다.
‘다른시각’은 정 기자가 이사장인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발행하는 매체다. 이에 대해 정 기자는 “연구원은 2001년 ‘건강한 언론문화 조성’을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4~5대 이사장을 맡고 있지만 명예직이고 그 어떤 사익도 없다. 그 당시 본사에도 보고했다”며 “개방형 브리핑룸에 격하게 반대하는 기자들을 보면서 언론적폐를 느꼈다. 기자단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뜻으로 탈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기자단은 정 기자의 제명과 통합브리핑룸은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간사 A 기자는 “논의 중인 내용을 유출해 기자단을 폐쇄적인 집단으로 매도한 것에 대한 징계다. 기자실 문제와는 별건”이라며 “(다른시각) 기사는 카톡 대화를 그대로 긁어다 각색한 것이다.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정 기자는 이참에 지역의 중앙기자단 운영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83년 대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8년 창간 당시 국민일보로 이직했다. 10여년 간 서울에서 일하다 1997년 대전정부청사 건립과 함께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왔다.
정 기자는 “서울기자단이나 지역언론사는 출입처를 주기적으로 바꾸지만 중앙언론사 지역주재 기자들은 한 곳을 수십년동안 출입한다. 기자단 구성도 오래 유지된다”며 “그러다보니 업무보다 의리나 관계중심으로 흘러간다. 제명도 제가 배신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 흐름에 따라 기자단도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그는 수차례 언급했다. 정 기자는 “통합브리핑룸에 반대하는 기자들의 카톡 내용을 보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이런 시각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제 생각이 옳지 못하다면 그 어떤 비판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번 논란이 충남뿐 아니라 전국 기자실이 개방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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