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테슬라의 AI논쟁이 주는 교훈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언론학 박사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인간문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지금부터라도 규제해야 한다.”
“기술은 중립적이다. 인간이 쓰기 나름이다.”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간의 ‘인공지능(AI) 논쟁’이 화제다. 테슬라와 페이스북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경영자들이다. 이들이 요즘 가장 뜨거운 키워드인 AI를 놓고 완전히 다른 의견을 보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먼저 화두를 던진 건 머스크였다. 그는 지난 7월 초 열린 한 행사에서 “AI는 인간의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규제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저커버그가 반격했다. 저커버그는 7월 말 페이스북 라이브 대화를 통해 “기술은 중립적이기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아예 “자율주행차가 발달하면 자동차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대표적인 자율주행차 개발업체다.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머스크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


머스크가 먼저 불씨를 지피고, 저커버그가 강하게 맞받아친 셈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핵심 기술의 미래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한 방향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그만큼 AI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미도 된다.


또 다른 의미도 찾을 수 있다. 테슬라와 페이스북의 비즈니스에서 AI가 차지하는 위치다. 테슬라 같은 자율주행차에서 AI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대신 운전을 하는 게 주 임무다. 여전히 그곳에선 인간이 주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조금 다르다. AI가 더 발달하게 되면 감정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인간 편집자’의 역할을 상당부분 AI에게 맡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당연히 AI 규제를 바라보는 두 기업의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AI가 인간의 조력자 이상 역할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감정의 영역까지 관계가 있는 페이스북은 그럴 경우 비즈니스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입장 차이가 AI란 신기술을 바라보는 두 경영자의 관점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그 동안 AI는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지난 해 ‘알파고 충격’ 이후엔 더 현실적인 고민이 됐다.


따라서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해관계에 따라 기술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그 고민을 담은 로봇시민법을 만들었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규정한 그 법엔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한 발 뒤진 EU의 고민이 함께 녹아 들어 있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지만, 인간은 중립적이지 않다.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논쟁이 그 부분을 잘 보여줬다. 이렇게 팽팽한 이해관계가 맞서 있는 상황에서 공동체의 행복을 극대화할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소외되는 층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쟁과 토론이 필요하다. AI도 그런 존재 중 하나다. 지금부터라도 ‘AI와 함께 하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어느 날, 느닷없이, AI에 역습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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