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 없이 사생할 노출·낙마는 '개인 흠결 탓'
여성특위 7월모니터, 손숙 전 환경부 장관 퇴진과 관련한 언론보도..언론의 뿌리 깊은 직업·성차별 의식 반영
손숙 전 환경부 장관 퇴진과 관련한 언론보도와 시각은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성차별의식을 반영했다. 손숙 전 장관은 5월 24일 장관 취임 이후 '파란 많은 가정사' 등의 용어로 끊임없이 개인적 사생활의 노출을 강요받았다. 그가 문제가 된 러시아공연 격려금을 받은 시점은 5월말. 이 문제가 다시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6월 23일경이었다. 연극 '어머니' 공연에는 연극담당 기자 20여명이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당시 격려금 전달은 하나의 '미담'으로 처리됐다. 당시 격려금 전달을 목격한 기자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으며 다만 연극의 성공적 공연만이 기사화됐다.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됐을때 언론의 태도는 돌변했다. 취임 이후 한달 간의 짧은 임기를 마치는 동안 손 전 장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연극인 출신'과 '공인의식 부족'이 도마에 올랐다.
도하 언론이 그의 공인의식 부족을 지적했다. "한번도 공직을 경험해보지 못한 연기자 출신인 손 장관이 갑작스레 장관에 임명되면서 '공인의식'을 미처 갖추지 못한 탓에 별 부담없이 거액을 받았을 것이란 얘기다"(중앙일보 6월 24일), "연극인 출신 손숙 환경부 장관의 '장관인생'은 한편의 연극처럼 막을 내렸다. 5월 24일 개각에서 손씨의 장관임명은 그의 사연 많은 인생스토리와 함께 단연 화제였다 '(중앙일보 6월25일)
사의 표명 후에는 여성장관 전체에 대한 메스가 가해졌다. "업무미숙, 투기의혹 -여성장관"의 제목을 단 24일자 경향신문의 기사에서는 황산성, 박양실, 김숙자 등의 역대장관들의 사퇴문제와 함께 임영신 전 상공장관 발탁에 대한 뒷얘기까지 다뤘다. 이 기사는 황산성, 박양실 전 장관 등의 낙마를 소개한 후 "초대상공장관이자 최초의 여성장관인 임영신은 거의 유일한 예외다.…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를 가까이 보필한 경력으로 상공장관에 내정된 허정씨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수완을 발휘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사실 여성장관의 낙마는 남성장관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 숱한 역대 남성장관들이 갖가지 개인문제와 재산형성, 투기의혹과 자녀문제 등으로 낙마했으며 YS정권 하에서는 6∼7개월을 넘기지 못한 장관이 수두룩했다. 여성장관만이 문제였다기보다는 임명권자의 인사정책이 더욱 큰 문제였다. 그런데도 도하 언론은 장관경질 등의 문제를 철저히개인적인흠결로 몰아갔다. 또 손 전 장관은 교수, 여성정치인 등 비교적 사회적 지휘가 탄탄했던 역대 여성장관에 비해 연극인으로, 보수적 우리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능력을 의심받았다. 손 전 장관이 공인으로 신중치 못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가 남성장관이고 또한 정치인이나 교수 등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 직업을 가졌다면 문화계의 관행이었던 이 사건을 가지고 장관직 사퇴는 물론 사생활까지도 도마질에 올랐을지 의문이다. 언론의 뿌리깊은 성차별은 물론 직업에 대한 차별까지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김명자 후임 환경부장관 프로필에는 장관수행과는 별 관련도 없는 전 남편의 집안과 현직까지 소개했다.(문화일보 25일자) 공인 역시 프라이버시가 존중돼야 하며 특히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 공직과 직접관련이 없는 일이라면 보도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기자협회 여성특별위원회 모니터팀
이 관계자는 "법규정을 통해 기자들의 주식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며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통해 기자 스스로 문제가 될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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