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지방언론 (6) 광주·전남
주민 250만에 11개 신문·· 경영난 최악, 폐간 도미노 우려 속'숫자 줄이기보다 소유구조부터 바꿔야'
지난 5월 1일 광주YMCA에서는 언론개혁광주시민연대를 주축으로 한 '지역신문개혁추진본부' 출범식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광주·전남지역 신문은 독립경영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특히 IMF 이후 무더기 해고, 임금체불, 무급휴직 등 사상 유례없는 고용불안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극한 상황에 처한 지역언론의 정상적 기능 회복을 위해서라도 개혁은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지역신문 개혁을 위해 경영실태를 조사하고,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팔 걷고 나선 것이다. 그만큼 광주·전남지역 언론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이 지역에서 발간되는 일간신문의 수는 모두 11개로 이중 기자협회 회원사는 광주일보 광주매일 무등일보 전남일보 전남매일 호남신문 등 6개사다. 무등일보는 7월 1일자로 자진폐간을 선언하고 파산신청을 내놓은 상태. 광주와 전남을 합해 250여만 명 남짓한 인구를 상대로 11개 신문이 발행되고 있다는 표면적인 현상만으로도 충분한 얘기거리가 된다.
광주·전남지역에 유달리 신문사가 많은 이유는 어디 있는가. 지역의 한 중견기자는 불우했던 지역의 역사를 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광주·전남은 국민의 정부 이전에 정치적으로 소외된 곳이었다. 특히 기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일반인보다 더한 불안에 시달렸다. 또 대구·경북이나 부산의 경우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지만 호남지역 자본가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다른 사람보다 먼저 움켜쥐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보호를 위한 방패막이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사업 수단의 하나로 언론사를 소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역의 토착 자본들이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신문사를 설립해 나름대로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지역 기자들도 광주·전남에 신문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한 기자는 "문제는 절대 숫자에 있지 않다"고 강변한다. "신문사 수가 많다는 것은 여론의 창구가 많다는 얘기다. 건전하게만 운영된다면 많다는 것이 나쁠 것만도 없다. 언론개혁은 산술적으로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소유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단지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광주·전남 언론계가 개혁의 제1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지난해극심한경제난 속에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온 광주·전남 언론계는 무등일보의 폐간 이후 제2의 폭풍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다음 차례는 어느 신문사가 될 것이라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해당 신문사에서는 '음해'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모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등일보와 같은 수순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 중견기자의 말이다. "무등일보 폐간이 정권과의 교감에 의해 이뤄졌는지 '알아서 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광주·전남 언론이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소문처럼 다른 신문사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절대 수를 줄이는 것이 당장 가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비교적 건실한 언론사 하나가 없어지면 그보다 저급의 언론사가 다시 생겨날 것이다. 지금의 폐해는 소유구조와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건전한 언론사를 육성하는 쪽으로 개혁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언론인을 길거리로 내모는 것이 개혁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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