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이상한 보도…아랍 소식 다루고, 사장이 인터뷰까지

노조, 민실위 보고서 내고 이진숙 사장 체제 비판

▲지난달 29일 대전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창립 최초로 발간한 노보.

대전MBC 노조가 50여년만에 처음으로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를 내고 이진숙 사장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대전MBC지부는 지난달 29일 "이진숙 사장 취임 이후 대전MBC는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방송의 공공성을 망각한 채 사유화됐다"며 "지역의 감시자라는 제 역할을 되찾기 위해 지난 3년간 묻혀있던 자성의 목소리를 꺼낸 것"이라고 보고서 발간 이유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3월 이진숙 사장이 취임한 후 대전MBC에선 지역성과 동떨어진 중동 뉴스가 자주 등장했고 촛불집회와 노동계의 민감한 이슈 등을 담은 리포트는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대전에서 첫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해 11월11일 대전KBS와 대전방송TJB는 집회현장을 톱뉴스로 배치하고 관련 꼭지까지 덧붙였다. 반면 대전MBC는 당일엔 집회 소식을 다루지 않다가 다음날에야 보도했다.


이어진 촛불집회도 마찬가지였다. 최대 인파가 모였던 지난해 11월19일 집회를 앞두고 대전KBS와 대전방송TJB는 톱 뉴스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지만, 대전MBC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두 방송사는 메인뉴스에서 11월18~20일 연속으로 촛불집회 소식을 가장 먼저 전했으나 대전MBC는 집회 당일만 보도하는 데 그쳤다.


민실위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교생 인터뷰 제외 지시, 지역에서 일정도 없는 태극기 집회를 반드시 촛불집회 기사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로 취재를 시작하지도 않은 기자에게 기사의 방향성까지 제시했다"며 "최혁재 보도국장은 통상적으로 취재부장과 편집부장을 거치는 데스킹 과정도 무시하고 직접 취재부장 자리에서 송고된 기사를 삭제했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최 국장은 세월호 1000일을 맞아 열린 '해수부, 교육부 앞에서 열리는 노란 우산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세월호 1000일 관련 행사는 진도 팽목항이 메인이지 여기는 메인이 아니지 않냐"며 취재 계획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진숙 대전MBC 사장(왼쪽)이 한국을 방문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인터뷰하는 모습이 2016년 3월3일 대전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됐다.

또 민실위는 이 사장이 지역성과 무관한 중동 관련 뉴스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등 방송을 사유화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온 나라가 메르스로 국가적인 비상상황에 처한 2015년 5월 대전MBC 기자회 등 현업 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행주의 지역이던 요르단 취재가 진행됐다"며 "이라크 외무장관을 보도국장이자 앵커인 최혁재 국장이 직접 만나 대담하는 뉴스를 방송하는가 하면이 사장은 직접 이집트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 이는 다시 뉴스로 포장돼 대전·세종·충남지역에 4분여간 방송됐다"고 했다.


이들은 "지역성과 전혀 연관 없는, 이 사장 개인의 친분관계에 의한 인터뷰어들이 출연하고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아랍문화제를 문화계 소식이라고 전하기까지 했다"며 "지역 언론의 역할은 고사하고 중동 관련 뉴스가 계속해서 송출되는 사태에 구성원들은 대전 MBC가 ‘알자지라 방송 대전지사’가 됐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는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고 전했다.


중동 뉴스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동안 지역의 민감한 이슈는 실종됐다고 민실위는 설명했다.


민실위는 "지역의 투쟁사업장인 갑을오토텍은 부당노동행위와 신종 노조파괴 공작 등으로 대표적인 노동관련 아이템인데도 최 국장은 취재와 출고까지 끝난 기사를 결방시켰다"며 "주간 시사토론프로그램에 시민, 사회단체, 환경단체 패널 섭외를 제한하고 이미 섭외된 패널까지도 바꾸도록 제작자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실위는 "지난 3년 동안 언론인의 사명감과 자율성, 창의성은 휴지조각처럼 짓밟혔고 취재지시 복종을 강요받았다"며 "대전MBC 뉴스는 기로에 서 있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지역 시청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새로운 출발, 변화의 진정성이 확보된다. 사상 첫 민실위 보고서를 외부로까지 공개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대전MBC 사측은 중동 취재, 보도국장의 지시와 편집 등은 정당한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오승용 대전MBC 기술경영국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요르단 정부가 현지 유적을 소개하기 위해 국내 취재진을 초청했다. 여러 언론사 기자들이 함께 간 것"이라며 "뉴스 가치가 있었고 지역 이슈와도 밀접해 우리도 취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2015년 당시 충남 공주·부여 백제역사문화유적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한 시리즈 보도를 하고 있었다"며 "중국, 유럽 등을 취재했는데 요르단에서도 유네스코 유적(페트라 유적)을 하나의 사례로 살펴봤던 것"이라고 했다.

 
오 국장은 최 보도국장의 보도 지연, 기사 삭제에 대해선 "각 언론사마다 논조가 있듯 방송은 리포트에서 성격이 드러난다"며 "최 국장은 보도 책임자로서 편집권을 가지고 리포트의 전체적인 틀을 짜고 방향을 제시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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