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총파업 돌입을 앞둔 방송노조들이 '방송법 개악저지'에서 '개혁적 방송법의 회기 내 통과'로 투쟁의 중심을 옮기면서, 노조 파업을 빌미로 방송법 개정을 연기하려는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문순)과 전국방송노조연합(공동의장 현상윤)은 10일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반드시 개혁적 방송법을 통과시키라고 강조했다. 언론노련과 방송노련은 방송법 핵심쟁점의 이견 해소와 합의도출을 위해 정부여당이 방송노조들의 총파업 이전 노정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방송노련은 이날 낸 성명에서 "우리의 개혁적 방송법 쟁취를 위한 투쟁을 핑계로 아예 방송법 처리를 이번 회기 후로 연기시켜 사실상 방송개혁을 무산시키고 이 모든 책임을 방송노조에 돌리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 또한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요구를 수용한 개혁적 방송법안이 마련되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도 8일 성명을 내 정치권 일각의 '방송정책·행정권 정부존치론'을 비난하며 "이미 결말이 난 의제를 다시 꺼내는 것은 방송정책권을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아 당리를 챙기려는 것"이라고 힐책했다. 언개연은 방송위 구성 등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이번 국회 내에 조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최근 들어 현행대로 정부의 방송정책·행정권을 존치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합방송위원회의 비대화를 지적하며 방송행정권의 정부 존치를 계속 주장해 온 한나라당과 문화관광부뿐 아니라, 국민회의 일부 의원들과 방송위원 지분에 불만을 품고 있는 자민련조차 이런 움직임에 가세하였다. 이에 따라 이번 회기에도 법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방송법이 이번 회기에 처리되지 않고 12월 정기국회로 미뤄질 경우, 방송위원과 공영방송 사장 등 임원 선임이 총선 직전인 내년 2월에서 4월 사이로 잡히게 돼 방송독립의 핵심인 인사문제가 정쟁 중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상윤 방송노련 공동의장은 "이번 회기가 방송법 개혁의 최종기회"라고 강조했다. 현 의장은 또 방송노련측 요구가 너무 이상적이지 않냐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방송위원, KBS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원론적 주장일뿐"이라며"현실적으로는 자격규정 등 최소한의 검증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이번 회기 내 통과 여부는 파업을 전후해 12, 13 양일 간 열리는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이경재 의원은 "특검제 도입문제가 여야 간에 먼저 해결돼야 방송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따라서 회기가 짧은 이번 국회 내에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여야 국회의석이 반영된 국민 대표성을 갖는다면 대통령 즉 권력핵심으로부터 독립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보고 방송위 강화안에 노조와 의견을 같이할 수 있다"고 덧붙여 한나라당의 방송위원회 구성안이 관철될 경우 국민회의의 방송위 강화안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회의측 한 관계자는 "사전조율과정에서 의견 차가 가장 컸던 부분은 방송정책권 이양과 방송위원 수 등 구성 문제"라며 "한나라당이 두 가지를 연계해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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