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저널리즘 세계에도 비슷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 쪽에선 인공지능에 의존하면 저널리즘 고유의 전통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또 다른 쪽에선 인공지능이 인간을 몰아낼 수도 있다는 과격한 경고까지 내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라질 직업 순위에서도 기자가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최근 AP가 공개한 ‘스마트머신 시대 뉴스룸을 위한 가이드(A guide for newsrooms in the age of smart machines)’ 보고서는 언론 현장의 이런 고민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AP 보고서는 3년에 걸친 임상실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담아낸 것이다. AP는 2014년부터 적극적으로 로봇 저널리즘을 도입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다. 기업 분기 실적 기사부터 시작했던 알고리즘을 활용한 기사 작성은 최근엔 스포츠 분야로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AP는 로봇 도입 이후 기자들의 시간을 20% 가량 아낄 수 있었다. 기사 건수도 12배가량 늘렸다. 덕분에 이전엔 다루지 못한 기업 소식도 전해줄 수 있게 됐다. 단순 업무를 덜어낸 기자들은 좀 더 깊이 있는 기사 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인터뷰 얘기도 흥미롭다. 기자들이 인터뷰하는 데 한 주 평균 3시간 정도 사용한다. 그런데 녹취를 옮기는 덴 그 2배 가량의 시간을 쓴다. 음성인식 기술이 그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다.
영상이나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술 역시 보도 활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드론을 잘 활용하면 사진 기자들이 도저히 잡아내기 힘든 앵글의 사진도 찍을 수 있다. AP가 자신들의 실험을 ‘증강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 건 이런 점들 때문이다. 글자와 함께 하는 법을 터득한 구어시대 인간들은 지적인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 암기의 부담을 덜어낸 덕분이다. AP 보고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저널리즘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기존 지식 체계를 위협하는 신기술 수용이란 커다란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이 때 중요한 건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느냐보다는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들 역시 실수도 하며, 편견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 빠진 많은 언론인들에게 AP 보고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기술도 함께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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