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부패한 권력 끌어내릴 때까지 함께 가자"

5차 촛불집회, 시민과 함께하는 언론 한마당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 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다섯 번째 거대한 촛불이 타오른 26일 오후 4시쯤 서울 프레스센터 앞으로 언론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손발이 시리고 하얀 입김이 나오는 추운 날씨였지만 광장으로 나온 언론인들은 공정언론을 열망했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 한마당 행사’는 언론인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 김주성 한국일보 사진기자,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나와 취재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김의겸 선임기자는 “지난 9월20일 한겨레는 최순실의 이름을 처음 등장시켰다. 그때만 해도 ‘불씨를 꺼뜨리지만 말자. 계속 이어가자’는 마음이었다”면서 “한겨레는 가느다란 실을 실타래에 감았고, 다른 언론의 선후배들이 함께 감아 제법 굵직한 동아줄이 됐다. 이 동아줄이 헌법질서를 파괴한 박근혜라는 부패한 권력의 동상에 걸렸다. 여기까지 함께 온 동료들, 동상을 끌어내릴 때까지 같이 가자”고 했다.


▲김의겸 한겨레신문 선임기자(사진 오른쪽)가 최순실 게이트 취재 뒷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사퇴시키려 했고, 그런 사정으로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사표를 냈다고도 했다.


‘검찰이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까’라는 김언경 처장의 물음에 김 기자는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반려도 되지 않아 왜 그런지 취재를 해봤다. 두 사람 중 한명이 ‘감당할 수 있는 걸 요구해야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에게 김수남 검찰총장을 자르라고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단세포적이며 유아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못 박고 기소한 것은 큰 성과지만 헌정질서를 복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찰의 생존을 위해 하고 있다”면서 “밀리고 밀려서 마지못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국면이 지나가면 정치검찰의 행태를 되잡아서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이 촛불이 대통령 퇴진에 그치지 않고 계속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기만 단국대 초빙교수는 역사를 바꾼 기자라며 김의겸 선임기자를 격려했다. 김 교수는 자유발언에서 “역사를 바꾼 기자들이 있다. 닉슨을 무너뜨린 워터게이트 사건은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가 있었다. 김의겸 기자는 우리 역사를 바꾼 기자다. 김의겸 기자의 한겨레팀이 한 달 동안 집중 취재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는 사진기자들이 국방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서명식 비공개 진행에 반발해 취재 보이콧을 선언하며 카메라를 내려놓은 과정을 설명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는 사진기자들이 지난 23일 국방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서명식 비공개 진행에 반발해 취재 보이콧을 선언하며 카메라를 내려놓은 과정을 설명했다.


김 기자는 “국방부의 서명 비공개 입장에 사진기자들이 항의하자 국방부는 제공사진도 못 준다고 강경하게 나왔다”며 “국가의 중대사를 취재할 수 없다는 것에 기자들이 분노했고, 국민의 알권리가 막힌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청와대가 공식 지정 병원이 아닌 차움, 김영재의원 등에서 주류 의학이 하지 않는 주사들을 대리처방한 부분에 관심이 많다”면서 “비선 의료진들이 어떤 주사제를 구매했고, 주사제 약품이 어떻게 유통됐는지에 SBS 취재진은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한님 한신대 학보사 기자는 자유발언에서 “박근혜 퇴진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언론인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취재하고 의심해서 국민들에게 진실을 보도해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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