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지방 언론(5)/대구·경북지역

부채 적자 전국 최고 수준, 불황황 모기업부도 등등 겹쳐.. 시장기반은 안정적

대구·경북의 언론은 비교적 탄탄한 전통과 안정적인 시장 기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은 어느 지역 못지 않게 심각하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인구는 600만 명이다. 올 2월 1일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이 지역 일간 신문은 대구에 6개, 경북에 3개로 모두 9개. 이 중 기자협회 회원사로 등록된 신문은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3개사다. 대구의 신문가판대에 중앙지들과 함께 진열되는 신문도 3개지뿐으로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46년 '남선경제신문'으로 창간한 매일신문은 80년 언론통폐합 때 영남일보를 흡수해 대구매일이라는 제호로 발간하다가 88년에 지금의 제호로 되돌아갔다.

55년 최석채 주필의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설로 대낮에 괴한들의 습격을 받기도 했고, 64년 언론윤리위법 제정 파동 당시 지방지로는 유일하게 박정권의 입법 조치에 반대하는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65년에는 '영덕 간첩 사건' 보도로 국장을 포함한 편집국 간부들이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었고, 69년에는 '3선 개헌 불가론' 등 3선 개헌을 반대하는 사설을 게재하는 '기개'를 보였다. 이런 전통은 아직도 매일신문 기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영남일보는 매일신문보다 1년 먼저인 45년 창간됐다. 80년 매일신문에 흡수됐다가 89년 복간해 10년 동안 다른 어느 지방지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신문으로 꼽힌다.

10년의 공백기에서 기인한 매일신문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지만 몇몇 기자들은 '거의 다 따라잡았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 기자는 "지금 같은 시기에 투자만 뒷받침된다면 확실한 자리매김이 가능하다"면서 "문제는 기자들의 사기"라고 지적했다.



대구일보는 89년 창간한 지역의 유일한 조간신문이다. 모기업인 보성건설이 98년 1월 화의신청을 낸 상태에서 같은 해 2월 최종부도처리가 됐었다.



이 과정에서 해직자들이 "전사원들에게 일괄 사직서와 자원봉사 동의서를 강요하고 주재기자에게 매월 200여만 원의 신문지대를 납부토록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착취를 일삼고 있다"며 청와대와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경영진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채권은행단에 지불이행계획서를 제출하는 일종의 '개인화의'와 교열부를 폐지하고 주재기자를 없애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신문발행을지속하고 있다.

지역의 타사 기자들은 "유일한 조간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보여지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문제 해결이 급선무인데, 이는 결국 자금확보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청구, 보성, 우방, 갑을 등 지역의 대표적인 토착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도 경영난의 예외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청구와 보성은 각각 대구방송(TBC)과 대구일보의 대주주였고, 갑을은 영남일보의 사실상 모기업이다.



두 신문 모두 지난해 1차 부도를 맞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98년 결산분석에 따르면 영남일보는 부채가 1180억 원, 매일신문은 696억 원에 달했다.

특히 영남일보의 부채는 지방신문사 중 가장 많은 액수이며 단기차입금이 647억 원이나 되는 등 유동부채 규모가 909억 원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각각 259억 원과 184억 원의 적자였다. 매일신문은 지방지중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한 중견기자는 "기자들은 동료가 회사를 떠나고 월급이 줄어든 상태에서도 열심히 일했다. 이제는 경영진에서 그 성과를 보여줘야 할 차례"라며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는 "신문사 운영만으로 1000억 원대의 부채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모기업의 지급보증 등 신문사 운영 이외의 이유로 부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지역의 민방 대구방송은 98년 총매출액이 전년도 286억 원에서 152억 원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적자폭도 10억 원에서 52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대구방송 기자들은 미래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경북 지역으로 방송권역이 광역화되고 장수홍 회장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대주주의 자금 유용 가능성도 없어진 만큼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98년 5월 대구방송 명의로 60억 원을 대출받고, 건물을 담보로 330억 원을 빌리는 등 자금변칙 운용혐의로 구속됐다. 98년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대구방송의 부채는 51억. 한 기자는 "대구방송에서 부족한 것이라면 확실한 대주주가 없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경태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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