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무가지 극성… 중국산 자전거까지

신문시장 판촉경쟁 과열

신문시장의 판촉경쟁이 다시 과열되고 있다.

일부 신문의 경우 자전거까지 동원한 경품과 8개월에 이르는 무가지 공세로 업계가 ‘자율’이란 이름으로 만든 공정경쟁규약을 무색케 하고 있다.

신문업계 판매국 간부들과 일선 지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문고시가 제정되고 신문협회에서 공정경쟁규약을 만들 당시 뜸했던 경품과 무가지 제공을 통한 판촉경쟁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판촉경쟁은 이른바 ‘빅3’는 물론, 대부분 신문사들까지 가세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거대 신문들 ABC 앞둔 자존심 대결



거대 신문사의 일부 지국의 경우 원가가 2만원대인 중국산 발신자표시 전화기를 경품으로 주고 6개월 여 동안 무료 ‘서비스’를 독자들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거주하는 박 아무개씨(26)는 “최근 A일보 판촉요원이 발신자 표시 전화기를 주고 6개월 동안 무료로 신문을 넣어주겠다고 해 신문을 보기로 했다”며 “A일보쪽에선 이렇게 경품과 무료 신문을 제공하는 대신 1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구독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거대 신문사 지국 관계자는 “신도시 지역일수록 판촉 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주민들도 신문사끼리 확장경쟁을 벌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가지 구독기간을 더 늘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거대 신문사들의 판촉경쟁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신문발행부수공사(ABC)의 실사 일정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중앙신문사 판매국장은 “현장 지국의 정보보고를 보면 올해 안에 발표될 ABC 실사 결과에 대해 거대 신문사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신문사 수도권 판매담당 부장은 “특히 지난해 말부터 판매부수가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신문의 판촉활동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존심 대결 양상”이라고 말했다.

‘마이너’ 신문사들의 판촉 경쟁도 치열하다.

대부분 거대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발신자 표시 전화기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일부 후발 신문의 경우 원가가 6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중국산 자전거를 대량 수입, 경품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가지의 경우도 더 장기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자전거를 경품으로 제공하고있는 신문의 서울지역 한 지국장은 “지명도에서 앞서는 메이저 신문사들과 경쟁을 하려면 발신자 표시 전화기보다 고가의 경품을 준다고 하고 무료 투입 기간도 더 길게 얘기해야 독자들이 겨우 관심을 갖는다”며 “아파트 지역의 경우 1부당 3만5000원 정도, 기타 주거지역은 4만5000원 가량의 확장지원비가 본사로부터 지급되고 있고 나머지는 지국에서 부담한다”고 말했다.



후발 신문들 생존 위한 출혈경쟁



이런 후발 신문의 판촉 경쟁은 판매부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라는 점에서 거대 신문사와 차이가 있지만 판촉활동이 출혈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한 후발 신문 판매국장은 “무가지를 6∼8개월 투입하는 ‘빅3’와 경쟁하기 위해 일부 후발 신문쪽에서 12개월 무료 서비스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신문 역시 지켜볼 수만 없는 것 아니냐”며 “이런 제살 깍기식 경쟁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곤혹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문업계 전반이 과열 판촉전에 재돌입한 상황이고 보니 지난해 신문고시 제정을 통해 강화된 자율규약상 위약금 규정도 속수 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공정경쟁위원회에 따르면 신문고시 제정 이후 고발된 부당 판매행위 건수가 그 이전에 비해 오히려 많아지고 위약금 부과액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과거 경품 문제로 적발될 경우 행위당 위약금을 물던 것에서 건당 100만원의 위약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강화된 뒤에도 최고 6000만원의 위약금이 부과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지국들이 이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무리한 판촉경쟁에 나서는 데는 판매부수 확보에 위기의식을 느낀 본사의 압력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정경쟁위원회 강화 시급



이런 사정과 관련, 과열되고 있는 신문 판촉경쟁을 막기 위해선 자율규약 제정 이후 신문시장의 경품 제공 등 부당 판매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신문공정경쟁위원회의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신문공정경쟁위원회는 월 1회 회의를 갖고 고발된 부당판매행위 등 규약위반 사례를 처리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나 이런 위원회 활동을 보좌할 실무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앙 일간지는 물론, 전국의 모든 지방 일간지들의 규약위반 사례를 조사, 처리해야 할신문공정경쟁위원회의 사무국은 최근 1명을 충원, 모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문공정경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고발된 규약 위반사례에 대한 조사활동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문제 발생을 사전 예방하고 조정 기능을 맡을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현재 본사-계약지국-판촉요원으로 이어지는 판매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신문사 판매국 간부는 “거대 신문사들이 시장을 과점한 상황에서 신문사들이 각개약진식으로 일선 지국과 계약을 통해 독자 확보에 나서는 현재의 판매방식과 영업행태가 지속되는 한 처벌규정을 아무리 강화해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공동배달제 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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