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는 와중에도 단체 카톡으로 나무가 뽑히거나 지하차도 침수되고, 심지어 물탱크가 도로에 나뒹구는 피해 사진과 기사 처리를 요구하는 캡의 지시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캡의 총애를 받는 기자라고 하지만 왜 나한테만…’하고 불만이 터져 나오려던 순간이었다. “파바밧”하는 소리가 나더니 기자가 있던 커피숍이 어두워졌다.
정전이었다. 한국전력에 확인해보니 당시 오전 10시에 부산에서 2만여 가구가 정전이 됐다. 여기도 태풍 피해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자 잽싸게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어두컴컴한 커피숍 내부를 찍었다. 정전 기사와 함께 사진을 첨부해 전송했는데, 5분도 안 돼 페이스북에 기사가 떴다. 사진을 함부로 보냈다가 커피숍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고맙게도 커피숍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아직 없다.
이번에는 ‘부산 최고의 부촌’ 해운대구 마린시티가 난리란다. SNS에 떠돌고 있는 마린시티 영상은 재난 그 자체였다. 무조건 마린시티로 가야할 것만 같았다. 그것도 태풍이 부산을 관통하는 낮 11시가 다 돼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린시티는 그날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마린시티의 처참한 모습은 물론 파도와 함께 방파제를 넘어 온 물고기가 아파트 화단에 널려 있는 사진도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자도 마린시티에 살고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우럭을 잡았다”는 제보를 받기도 했다. 사실 마린시티가 태풍 때마다 파도가 넘어와 침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쯤 되면 태풍에 취약한 마린시티의 구조적 문제와 지자체의 대책을 다시 한 번 더 짚어줄 필요가 있었다.
기자에게 이번 태풍 취재는 SNS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시간으로 각종 사진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기자들이 취재해야 할 현장을 친절히 알려줬다. SNS 때문에 일을 쉽게 했구나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SNS 때문에 일이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빛과 그림자라고 해야 하나. 미래에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알파고’와 같은 기자가 등장해 태풍 때 위험천만한 해안가에서 취재와 기사 작성까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미쳤다. 그때쯤이면 기자라는 직업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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