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바람' 언론도 영향권

타 후보와 '병렬 언급'서 '별도 꼭지'로 위상 격상



‘노풍(盧風)’이 언론에도 불고 있다.

노 고문과 관련한 기사가 눈에 띄게 늘었고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주요 기사가 되고 있다. 노 고문 캠프 공보팀 사무실 게시판엔 이미 한 주간 인터뷰 계획이 잡혀 있다. 노 고문은 TV토론회나 라디오방송이 아니면 대부분 인터뷰는 서면으로 답변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의 캠프 역시 취재기자들로 북적거린다. 언론사 편집국에선 노 고문의 지지율 추이가 화제다. 언론에 부는 ‘노풍’을 살펴봤다.



언론에 이는 ‘노풍’은 두말할 것 없이 경선에서 그가 몰고 온 이변과 여론조사에서의 급격한 지지율 상승 때문이다. 한 신문사 정치부 기자는 “경선 직전까지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고문이 앞선 상황이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인만큼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좀 다른 의미도 있다. 지난해만 해도 노 고문은 언론개혁이나 세무조사 등과 관련한 ‘튀는 발언’과 ‘급진적 성향’으로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거나 짐짓 외면 당하기도 했다. 이런 노 고문이 지지율 상승의 파도를 타고 전례 없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동아, 조선, 중앙 3개 신문을 봐도 그에 대한 관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다른 후보와 비교할 것도 없다. 이 달 1일부터 23일 현재까지 3개 신문의 노 고문 관련 기사(언론재단 카인즈 ‘노무현’ 검색 결과)가 동아 62건, 조선 55건, 중앙 7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 일간지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14개월 동안 노 고문과 관련해 게재한 기사건수(동아 210건, 조선 208건, 중앙 221건)와 비교할 때 많게는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기사의 주제나 취급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전까지 그는 주로 민주당 타주자 또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가상대결 등 여론조사 결과 분석이나 지역별 경선 득표 전망과 관련한 기사에서 타 후보와 함께 병렬적으로 언급되던 게 보통이었다. 이렇던 언론이 노 고문의 지지율 급등이란 상황 변화를 맞은 뒤론 ‘별도 꼭지’로 그 원인을 심층 분석하거나 경제, 언론 등과 관련한 그의 정책 성향을 재점검하고 있다.

취재 방식과 기사 가치판단에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캠프를 출입하는 기자들의 수가 늘었다. 연합, 경향 등 상당수 언론사가 1명이던 전담기자 수를 2∼3명으로 늘였다. 충원된 기자들도 애초의 전담 기자보다 고참인경우가 대부분이다. 노 고문 캠프의 공보 관계자는 “지난 16일 광주 경선에서 노 고문이 예상을 깨고 1위에 오른 시점을 전후해 출입 기자들 수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중도 사퇴하는 후보가 늘어나는 것도 한 이유”라면서 “하지만 노 고문이 이인제 고문과 각축을 벌이고 있고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총재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등 달라진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김중권 고문도 후보 사퇴를 선언, 민주당 경선이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기자들의 ‘위치 이동’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고문 발언에 대한 기사가치 판단도 달라졌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경선의 주요 쟁점이 된 노 고문의 ‘정계개편론’이다. 정계개편 구상은 노 고문측이 거듭 밝혔듯 지난해 10월 이미 언급했던 것. 이런 정계개편 구상이 다시금 집중 조명을 받은 데는 이인제 고문 등 타 후보들이 쟁점으로 삼으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킨 측면도 있지만, 그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가치판단이 이전과는 달라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인제 고문 등의 ‘공세’ 역시 지난 17일 중앙일보와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 고문이 정계개편 구상을 다시금 언급하면서 본격화됐다. 물론, 언론의 보도태도는 “기득권 포기” 등 정계개편론과 관련한 노 고문 발언의 진전된 ‘팩트’에 주목하고 있다. 노 고문 캠프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정계개편론에서 보는 것처럼 올해 초만 같아도 인터뷰 전문의 한 구절 정도로 처리될 발언들이 스트레이트 기사가 되고 있다”며 “그의 발언은 물론, 참모들의 설명도 이전처럼 쉽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언론이 노 고문의 발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주로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튀는 발언’ 등이었고 또 대부분이 단발성으로 끝났다.

신문 지면과 노 고문 캠프 등 취재 현장 뿐 아니라 각 언론사 편집국 역시 ‘노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 있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노무현 캠프에서 만난 한 출입 기자는 “며칠 전 마감을 끝내고 부서 회의 참석차 오랜만에 회사에 들어갔더니 다른 국으로 자리를 옮긴 한 선배가 정치부로 찾아와서는 노 고문의 지지율 급등 현상에 대해 묻더라”며 “노무현 ‘돌풍’은 기자들은 물론이고 간부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경제부에서 업계를 담당하는 동료기자들이 정치권 동향과 관련해 가끔 전화를 해오는데 최근 관심사는 단연 노무현 고문”이라며 “기자들도 그렇겠지만 업계쪽 관계자들도 많이 궁금해하는 분위기 같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달라진 언론의 ‘관심’에 대해 노 고문 캠프의 김만수 공보팀장은 “‘노풍’ 자체를 납득키 어려워하던 출입기자들도 이제는 그 바람의 근원이 뭔지, 지지층이 누구인지 등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의혹이나 공방 등 게임의 논리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email protected]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