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욱 기자 "보복인사는 언론인에 대한 위협"

KBS새노조, 부당인사 철회 결의대회

▲기자협회보에 비판 글을 썼다는 이유로 보복인사를 당한 정연욱 기자가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열린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의연한 척 살지만 종일 가슴에 화가 쌓이고 있다.”


‘이정현 녹취록’에 대한 KBS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는 글을 기자협회보에 실었다가 지난 15일 갑작스레 제주방송총국으로 발령이 난 정연욱 기자는 21일 “8년차 기자가 겪기에 버거운 일”이라고 했다.


정 기자는 21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주최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열린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 마지막 연사로 나섰다.


그는 기자협회보 기고 경위와 보복 인사에 대한 심경을 밝히면서 “이번 인사는 기자사회와 언론인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사에서 언론인에게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에게 징계라는 독배가 축배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미약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고대영 사장의 ‘사드해설 보도지침’ 논란과 정연욱 기자에 대한 보복인사, '사드 배치 반대시위 외부세력 개입’ 리포트를 제작하라는 부당 지시 등이 연달아 나오면서 KBS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100여명의 조합원들은 “부당인사 철회하고 고대영은 사과하라” “청와대 보도지침 공영방송 다 망가진다” “새노조 총단결로 부당인사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안녕하시냐고 묻기 어려운 시절”이라면서 “월요일부터 해설위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30년 넘은 기자들을 상대로 밤낮으로 불러 추궁을 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KBS가 감사를 벌이려면 사장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보복 인사와 관련해 성 본부장은 “구제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대영 사장 등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이날 결의대회에는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 윤창현 SBS 노조위원장, 안성용 CBS 노조위원장, 홍정배 EBS 노조위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사회 곳곳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KBS가 내부 구성원의 비판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이중적이다. 기자협회보에 글을 썼다는 이유로 수백키로 떨어진 제주로 보내는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한국기자협회의 이름으로 정연욱 기자를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KBS 뉴스가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면 정연욱 기자를 즉각 복귀시키고 해설위원과 정홍규 전 공추위 간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윤창현 SBS노조위원장은 “김인영 KBS 보도본부장이 ‘내외부세력에 맞서 싸워달라’고 했다는데, KBS를 흔드는 외부세력은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청와대와 정치권력 아니냐”고 반문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결의문에서 “2016년, KBS의 존재가치와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면서 “고대영 사장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보도개입을 즉각 중단하고 보복인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KBS 새노조 주최로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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