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 서울신문 사회2부장
박 대통령은 며칠을 뜸들인 뒤인 4월18일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고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면서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일관성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때 박 대통령에게 ‘민의’는 수용되지 않고 튕겨져 나왔구나 판단했어야 했다. 그런 탓인지 갤럽이 조사한 대통령 지지율은 29%로 추락했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이라는 ‘십상시의 국정농단 논란’에 이어 ‘연말정산 파동’이 있었던 2015년 1월과 메르스 확산으로 전 국민이 공황에 빠진 같은 해 6월의 지지율인 29%와 같았다. 대통령 지지율 29%로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와대에서 이런 비상사태를 돌파하려고 신문·방송사의 편집국장과 보도국장을 청와대에 초청하는 간담회를 긴급히 기획했다. 민의에 귀를 기울이는 ‘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들은 앞다퉈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소통’이라는 단어로 ‘대통령이 변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보도는 오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박 대통령은 4월26일 신문·방송사의 편집·보도국장을 모아놓고, “대통령 중심제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국회와의 관계에서 되는 것이 없었고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호소했지만 되는 게 없었다. 국민 입장에서는 그런 점에서 변화와 개혁이 이뤄져야겠다고 해서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민의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국회 심판’을 거론했다. 역시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이었다. 박 대통령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회동,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불변’은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청와대 인적쇄신의 핵심은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교체에 있다. 이들은 건재한 채, 대통령에게 직보할 기회도 없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5일 청와대를 떠났다. 그 자리를 채운 사람은 ‘행정의 달인’이라는 신문나이 74세, 한국나이 75세의 이원종 전 충청도지사다. 미국 영화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지만, ‘고용절벽’에 부딪친 청년들의 실업률이 사상 최고라는 한국의 박근혜 정부에서 노인은 건재하고,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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